“신규 원전, 원하는 지방자치단체 있다면 어디든 가겠다”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을 역임한 황주호(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자타 공인 원자력 전문가로 꼽힌다. 4대 사장을 지낸 김종신 전 사장 이후 10년 만에 임명된 비관료 출신 한수원 사장이기도 하다. 조만간 취임 1년을 맞는 그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현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탈원전 정책 5년간 멈췄던 원전 시계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하는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부지 선정부터가 난제다. 지난 8일 경북 경주시 한수원 본사에서 만난 황 사장은 “(원전을) 원하는 지자체라면 어디든 가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부지를 선정했다면 앞으로는 원전을 유치하고 싶은 지자체를 택하겠다는 뜻이다. 황 사장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통과돼 지역별 차등요금 적용이 가능해졌다”며 “지역주민, 산업체 등이 선호하는 에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렴한 전기요금이 강점인 원전의 경쟁력을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폴란드 원전 수출 진행 상황과 관련해선 “가을쯤 폴란드 원전 타당성 조사 계약을 맺게 될 것이다. 조사가 1년여 정도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달 말쯤 방류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해선 “과학적으로는 해롭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 주면 취임 1주년이 된다. 쉼 없이 달려온 듯하다.
“오자마자 이집트 엘다바 원전 비롯해 입찰서 내는 문제, 루마니아 원전 수출 추진 등의 현안을 마무리해왔다. 이와 함께 2~3년 차에 뭘 할 건가를 준비하는 일에도 매진했다. 건설·발전·정비 등 통합적으로 관리·경영해야 할 일들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중단됐었다. 이를 정상화하는 준비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다. 지난 정부 정책 때문에 의기소침해졌던 원자력 산업 생태계 복원 작업도 지속하고 있다.”
-현안이 많다. 내년에는 신규 원전 논의도 시작되는데 후보지 어딘가.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면서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통과되면서 지역별 차등요금이 가능해졌다. 값싼 에너지원을 보유한 지자체는 전기요금을 더 저렴하게 낼 수 있는 거고 반대의 경우 전기요금이 비싸질 수 있다. 지자체, 지역주민, 산업체가 선호하는 에너지원이 있을 것이다. 선호 기준은 비용이고, 비용 측면에서 (원전이) 경쟁력 있으니 원하는 지자체 있을 거라 판단하고 원한다면 가겠다.”
-정부가 적절한 부지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하는 지자체로 간다는 건가.
“정부는 최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고 각계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신규 원전 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 현시점에서 신규 원전 건설지역을 언급하는 것은 조금 이른 감이 있다. 다만 원하는 지역이 있고 그 지역 입지 여건이 맞는다면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비용이 더 들거나 덜 드는 부지가 있을 수 있다. 일례로 우리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지은 바라카 원전 부지 인근은 바닷물도 따듯하다. 따듯한 물이란 조건을 고려해 냉각기까지 동원해서 지은 바 있다.”
-짓는 것도 짓는 거지만 기존 원전 계속운전은 괜찮은가.
“고리 2·3·4호기 포함해 5기 계속운전 신청했다. 세계 원전 대부분이 계속운전을 할 정도로 원전 계속운전은 안전한 일이다. 미국은 심지어 80년 돌리겠다고 한다. 구멍 난 노후 선박을 때워서 쓰는 그런 게 아니다. 원전 가보면 알지만 주기적으로 설비를 다 교체하기 때문에 어떤 공장보다도 안전하다.”
-새로 짓고 계속운전 하는데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못 하고 있다.
“원전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 안보의 가장 믿음직한 보루다. 그런 면에서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지금 원전 주변 주민들이 발전소가 영구 처분장 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한다. 우려 불식하려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운영한다는 내용 담은 특별법 빨리 채택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해외 원전 수출 때 유럽 등 국가에서 펀딩을 받는 데도 문제가 없다.”
-방사성 폐기물 전문가시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어떻게 보시나.
“방사성 폐기물을 가르쳤던 사람으로서 명칭은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가 맞다. 과학적으로 산에 가서 마시는 약수 외에는 모두 처리수다. 방류한다는 점이 기분이 나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해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폴란드 수출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폴란드전력공사와 민간 발전사 제팍(ZEPAK)이 최근 합작 조직을 출범했다. 여기서 타당성 조사를 수행할 텐데, 가을쯤 (우리와) 계약을 맺게 될 거다. 타당성 조사 1년여 예상되는데 그 기간에 추진·투자 방식, 건설 필요한 인력 조달 방법 등을 합의하게 된다.”
-체코도 수주전이 막바지인 걸로 안다.
“입찰이 진행 중이다. 우리는 오는 10월 본 입찰서를 낼 예정이다. 미국과 프랑스와 경쟁 중인데, 내년 상반기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까지 차분하게 진행하겠다.”
-원전에 대한 국내 여론을 환기하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한수원은 세계 3위 원자력 발전회사다. 한국 산업체 중 세계 3위인 곳이 삼성전자, 조선업 등 얼마 되지 않는다. 맨바닥에서 과학기술과 국민 성원으로 일궈낸 성과다. 국민 여러분들도 질책과 함께 성원을 해주시면 좋겠다.”
경주=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청년 두번 울리는’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재추첨
- 中, 한국행 단체 관광 전면 허용…‘사드 사태’ 이후 6년여 만
- [단독]연애는 포기해도…은둔 청년 10명 중 9명은 일자리·고소득·인간관계 ‘중요하다’ 답변
- “두 번째 삶 찾아와”…美 고급주택 21곳 턴 범인 근황
- 주담대 급증에… 7월 가계대출 4개월 연속 증가세
- 태풍 ‘카눈’ 한반도 관통 중 소멸할까…“약해져도 문제”
- 도시락은? 해외출장은? 자료 요청 쇄도… 전북도 ‘벌벌’
- 안성 공사장 붕괴 매몰자 2명 사망… 20·30대 베트남인
- ‘세번은 안된다’ 문구에 분노한 신부…“재혼 오해받아”
- 내일 투표한다면? 국민의힘 31.3% VS 민주 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