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 속 잼버리 대회는 “희대의 사기극” [정기수 칼럼]

데스크 2023. 8. 1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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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행사 유치에 목숨 거는 이유도 카르텔
지역 홍보와 경제 효과 내세워 나랏돈 "약탈"
일단 따 놓고 보고 급한 중앙정부가 불 끄게
유치 확정 후 예산 눈덩이... 그 돈으로 "외유"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홈페이지

대통령이 아이들 식중독 걱정하고 총리가 화장실 청소를 했다.

한 지자체의 과욕으로 나라의 혼이 빠진 2주일이었다. 문제아 아들이 돈도 능력도 없이 시작한 부업 때문에 집안 전체가 망하게 생기자 온 식구가 그 부업을 살리려고 달려든 꼴이었다.

이런 안간힘도 헛되이 태풍 북상으로 결국 전원 조기 철수, 새만금 잼버리가 코리아 잼버리가 되었다. 이런 생고생, 생난리, 국가적 낭비가 없다. 지역(국가) 홍보와 경제 효과? 홍보는커녕 국제 망신이 됐고, 경제는 번 것보다 쓴 게 몇 배 더 많았으며, 잘못하면 엄청난 국제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게도 생겼다.

2023년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는 산 좋고 물 좋고, 세계 10위권의 잘 사는 나라 이미지를 나무 한 그루 없는 뙤약볕, 벌레 들끓는 간척지에서 ‘생존 체험’을 한 악몽의 땅으로 세계 150여개국 4만여 청소년들이 기억하게 됐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가?

총사업비 1200여억원의 60~70%가 인건비 등 조직위 운영비로 쓰였다. 조경, 화장실, 샤워장 등 기반 시설에 들어간 돈의 배 이상이 직원들에게 갔다. 이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외유성 해외 시찰이다. 지난 8년간 99건이라니….

전라북도와 부안군, 여성가족부 등이 잼버리 핑계로 국민 세금 가지고 해외 유명 도시로 놀러 다녔다. 그래 놓고 말로만 “만반의 준비, 이상 무!”, 사실은 허허벌판 그대로였다. 희대의 국민 사기극이고 범죄다.

능력과 여건이 안 되는 국제 행사를 유치해서 앉아서 놀며 월급 받고 세계 유람하는 ‘대회 카르텔’의 먹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예산이다.

2017년 개최지 확정 당시 사업비는 500억원도 안 됐다. 3년 후 650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3년 후 개최 당시에는 최종 1500억으로 딱 3배가 됐다. 일단 유치하고 나서 돈은 나라가 내게 하는 카르텔 약탈 범죄다.

문제의 시작은 애물단지 새만금 간척지다. 더 좋은 곳들 놔두고 여기서 하는 바람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도 망신을 사게 된 것이다. 일본 야마구치현(縣, 우리의 도)은 자체 살림으로 380억원을 들여 대회를 치렀다. 30여년 전 강원도 고성은 100억원도 안 들이고 성공리에 마쳤다.

새만금은 역대 정권들의 정치적 산물이다. 식량 안보와 호남 개발 목적으로 4만여 평방 km가 메워져 농경지(나중엔 산업단지도)가 되는, 대한민국 지도가 바뀌는 초대규모 토목공사다. 공사가 본격 추진되기도 전에 쌀 소비가 급감해 계획만 수십 번 바뀌었다.

새만금 프로젝트가 살아 있다는 상징으로 건설된 게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대 방조제다. 33.9km, 거의 백리 길의 이 제방이 지금은 ‘세계 최대 낚시터’가 되었다. 본래의 목적은 실현 기약이 없는데, 낚시꾼들이 먼저 ‘천혜의 낚시터’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는 다 죽은 새만금 개발 사업에 중앙정부가 박차를 가하게 되도록 대회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새만큼 공항, 도로, 상수도 등 인프라에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될 수 있으니 허허벌판 간척지를 ‘청소년 추억 축제 공간’이라고 세계를 상대로 사기 쳤다. 천혜의 무주 구천동을 제치고…. 그들의 사기극을 한눈에 보여주는 그림이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대회 유치 경쟁을 위해 만든 상징 도안은 몇 조각구름, 해가 있는 고흐 풍의 하늘과 고산준봉을 배경으로 텐트들이 능선 위에 세워진 이미지로 돼 있다. 이게 무주지 새만금인가?.

이 사기 도안은 현재 조직위 포스터에도 그대로 있다. 뻔뻔스러운 조직위이고 전라북도다. 검찰은 대회 폐막 후 유치 및 준비 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를 할 때 이 그림이 그려진 경위도 추궁해야만 한다.

전라북도가 본뜬 일본 야마구치 간척지 잼버리 대회가 성공한 원인은 간척지여서가 아니었다. 거기는 농경지가 아닌 레저 공간으로 개발된 곳이다. 숲과 기반 시설이 공원처럼 갖춰져 있다.

지역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대회만 유치하면 돈은 국민 세금 끌어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6년 전 개최지로 확정된 직후 ‘기반 시설에 20조 필요’라는 기사가 떴다. 카르텔 작업의 시작이다. 전라북도, 호남 민주당 국회와 도·시·군·구 의회는 이 기사에 가슴이 ‘웅장’해졌을 것이다.

20조는 나라 예산의 3%다. 행사 후 농업용지로 되돌려 놓아야 할 땅에 이 돈을 퍼부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행사 직간접 비용으로 2조는 들어갔다. 직접 사업비만 해도 고성 대회의 10배가 넘는 약 1200억원인데, 이걸 직원들 월급으로 대부분 쓰고 간척지 조경 인프라는 거의 손도 못 댄 채 나무 한 그루 없이 대회를 맞은 것이다.

급해진 건 중앙정부 행안부 장관, 총리, 대통령이었다. 돈 싸 들고 내려가 현장에서 잠을 자며 점검하고 지시했다. 전라북도와 여가부, 조직위 총책 민주당 국회의원은 두문불출 상태로 빠졌다.

잼버리 사태는 감사와 수사로 단죄가 될 예정이다. 직무 유기, 예산 탕진 죄만 밝혀서는 안 된다. 생색과 이득은 자기들이 내고 얻으면서 돈과 일은 정권과 중앙정부에 떠맡기는, ‘치고 빠지는’ 국제 행사 카르텔에 메스가 깊숙이 가해져야만 한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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