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그것 없이 사는 법

2023. 8. 1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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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지와 탐욕으로 인한 기후위기와 생태 파괴 문제가 심각을 넘어 공포와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여전히 인류는 '먹고 살기 위해'라는 기존 입장과 생각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인류는 '먹고 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살아왔다고 말할 것이다.

"머무시다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것 없이 사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모든 걸 갖고도 불행하다면 '그것 없이 사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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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


인간의 무지와 탐욕으로 인한 기후위기와 생태 파괴 문제가 심각을 넘어 공포와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여전히 인류는 ‘먹고 살기 위해’라는 기존 입장과 생각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인류는 ‘먹고 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살아왔다고 말할 것이다. 먹지 못하면 살 수 없으니 먹을 것을 위해 싸우고 일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말에 누구도 반기를 들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누가 먹여주며 책임질 것인가? 따지고 들면 할 말이 없다. 먹고 살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은 목숨을 가진 존재의 절대요 최대 명제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딴 얘기를 하신 분이 있으니 바로 예수님이시다. 오히려 주님은 ‘너희가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하지 말라’고 하셨다. 어느 시인은 ‘들의 꽃은 평생 제자리에 있고, 새는 부단히 움직이지만 둘 다 하나님이 먹이고 입히신다’ 했다. 그렇게 너희를 돌보고 책임지신다.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살며, 어떤 사람이 돼야 할지를 먼저 생각하라(마 6:31∼33)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한 것이 목적이 돼버린 안타까운 시대다. 인간 이하의 삶의 목적이 세상을 병들게 했고 철저하게 망쳐왔다. 노아 시대에 먹고 마시며 시집가고 장가가는 것이 전부가 됐던 때처럼 말이다. 성경은 그것을 관영(貫盈)의 죄악(창 6:5)이라 했다. 사실 먹고 마시며 시집가고 장가가는 것이 왜 문제요 죄악일까.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고 전부가 되면 어떻게 될까. 노아 시대나 지금의 세상처럼 되는 것이다.

지구와 그 안의 모든 생명의 위기는 풍전등화와 같다. 이제는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한 선택과 결단을 가져야 할 때다. 먹어야 산다는 말보다 살아야 먹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살 수 없는 세상이 된다면 먹을 것, 입을 것, 집과 돈과 자동차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지금 세계와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위기 재난은 예외가 없다. 폭염, 홍수, 한파, 가뭄, 산불이 멈추지 않고 있다. 예전에도 있었던 일이라며 외면하지 말라. 인간의 능력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규모의 재난이 아니다. 인류의 마지막 세대, 다음 세기는 오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2050 거주불능 지구’라는 책을 보라.

지구가 극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어떤 변화와 결단이 시급하다. 당장 인류는 정신 차려 회개하고 돌아서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심각성과 위급함을 모르는 것 같다. 여전히 경제 성장을 외치고 발전과 주도권을 잡겠다고 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하고, 나만 살겠다고 다른 사람의 소중한 것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고집스러움이란 참으로 구제 불능인가 보다. 지구와 자연, 다른 존재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사람들은 먹고 사는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다.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의 놓지 않는 탐욕과 교만이 이 모든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예수 신앙은 생명의 가치를 통해 삶을 존중하고, 관념적인 믿음이 아닌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신앙으로 살아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부의 축적이 신앙과 삶의 목적일 수 없고, 권력과 힘을 길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 아니듯이 세상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게 하나님 나라의 삶이 아님을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고대 수도원에서 발견된 글이라며 소개해 주신 스승 목사님의 말이 있다. “머무시다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것 없이 사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모든 걸 갖고도 불행하다면 ‘그것 없이 사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적은 소유로 기품있게”라고 한 박노해 시인의 글은 인간다움의 평가와 기준이 다른 데 있음을 말해준다.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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