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 현황은…우리 강소기업 한순간에 문닫기도 [70년 된 간첩죄, 이제는 바꾸자 ③]

정도원 2023. 8. 1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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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삼성전자의 핵심 산업기밀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정 배치도, 공장 설계도면 등을 빼돌린 A씨가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기술 유출 사례 117건 중 30% 이상이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국가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그 피해액도 막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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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1.6건 꼴로 기밀 해외로 '줄줄'
유출 기밀 금액 환산시 25조원 달해
해외 기술유출 사례 92.3%가 중국
"탈취 수법,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20년 6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자회사인 충남 세메스(SEMES)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올해 6월 삼성전자의 핵심 산업기밀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정 배치도, 공장 설계도면 등을 빼돌린 A씨가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이같은 산업기밀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총 117건에 달한다. 72개월간 117건이니 매달 1.6건 꼴로 산업기밀이 해외로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그 중 36건은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사례였다.

실제 사례로 보면 지난해 5월에는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에서 반도체 세정 장비 기술을 가로챈 연구원들이 적발됐으며, 디스플레이 부품 업체인 '○○정밀소재'에서는 20년 이상 재직한 B씨가 중국의 경쟁업체에 회사의 산업기밀인 기판유리 제조공법 관련 설계도면을 누설한 혐의를 받았다.

재작년에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C사 연구원들이 해외 후발업체로 이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용 이메일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통해 국가 R&D 과제를 포함한 다수의 기술 자료를 유출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카이스트 교수가 자율주행 자동차와 관련한 핵심 기술을 중국에 넘기는 등 유출 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자율주행차 등 종목을 불문하고 만연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유출된 기밀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25조 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술 유출 사례 117건 중 30% 이상이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국가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그 피해액도 막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핵심 산업 기밀 유출은 우리나라의 산업 토대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남기기도 한다. 2014년 국내 이동통신중계기 개발업체의 영업담당 임원이 회사의 산업기밀을 미국의 경쟁사로 빼돌렸다. 사활을 걸고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기술이 한순간에 경쟁사로 넘어가면서, 해당 업체는 문을 닫고 회사 대표는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매출 500억 원대에 연구개발 인력만 60명을 고용하던 강소기업이 기술 유출로 한순간에 붕괴된 것이다.

주로 기술이 유출되는 국가는 중국이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기술 유출 사례 중 92.3%가 중국에 의한 기술 탈취였다. 2위인 미국(7.7%)과의 격차는 컸다.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산업기밀 유출의 진앙지가 중국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해외 기술 유출 수법이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보안 체계가 비교적 잘 구축된 대기업보다는 핵심 협력사인 중소기업을 통해 취약한 보안 관리를 파고들어 기술을 탈취하는 사례가 성행하고 있다.

빼낸 기술을 유통하는 방식도 과거에는 사람과 기술이 동시에 이전되는 '인력 매수' 등 고전적인 방법이 일반적이라 적발이 가능했으나, 최근에는 기술 유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다크웹'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경쟁국들의 기술 탈취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며 "(기술 유출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도 "지난 2018년 이후 적발된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사건의 67%가 대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업종별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조선 등 이른바 '4대 업종'의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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