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밑돈 美소비자물가에도 "5% 금리 유지해야"…유가·서비스 여전히 '끈적'(종합)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또다시 예상을 밑돌자 월가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안도감이 확인된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1년 이상 이어진 연방준비제도(Fed)의 오랜 긴축 행보도 곧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최근 들어 유가가 다시 치솟고 있는 만큼 경계감도 여전하다. 인플레이션이 가라앉더라도 5%대 고금리를 한동안 유지해야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월 美 CPI, 3.2% 올라 예상치 하회…9월 금리동결 전망 90%대
1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월가의 전망치 3.3%를 소폭 밑도는 수치다. 2년여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던 6월 상승폭(3.0%) 대비로는 다시 가팔라졌지만, 추세적으로는 완화 기조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7월 CPI는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해 예상치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7% 상승해 직전 월(4.8%)을 하회했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랐다.
노동부는 지난달 CPI 상승분의 90% 이상이 주택 임대를 비롯한 주거비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7.7% 상승했다. 월가에서는 렌트 가격 하락세가 CPI에 반영되는 데까지 최소 6개월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해 조만간 지표상 주거비도 하락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던 중고차와 트럭 가격은 전월 대비 1.3% 떨어졌다. 전월(0.5%)보다 더 가팔라진 하락세다. 전년 대비로는 5.6% 내렸다. 최근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은 한달새 0.1% 오르는 데 그쳤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예상대로 나왔고 이는 좋은 소식"이라고 CPI보고서를 평가했다. 프린서플 에셋매니지먼트의 시마 샤 수석글로벌전략가 역시 "Fed가 9월 금리를 동결할 수 있는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안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근원 CPI에 주목하며 "물가안정목표 2%에 부합하는 속도다. Fed가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오전 공개된 실업지표 역시 2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이러한 동결 전망을 뒷받침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7월30일~8월5일)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2만1000건 늘어난 24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해온 23만건을 웃돈다. 그간 Fed는 긴축 사이클이 종료되기 위해서는 추세 이하의 성장이 지속되고 노동시장 과열이 식어야 한다고 언급해왔다. 리차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의 마이클 콘토풀로스는 "이날 실업수당 청구가 급증했다는 사실도 강조할만하다"면서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노동시장이 계속 약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하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시장에서도 동결 전망이 유력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오전 Fed가 차기 회의인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0%이상 반영하고 있다. 전날 86%대에서 CPI 공개 이후 동결 전망이 한층 강화됐다. 앞서 Fed가 공개한 6월 점도표 상으로는 연내 한차례 더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투자자들은 올해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이 없다는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있다. 올해 남은 FOMC는 9월, 11월, 12월 등 세차례다.
"아직 할 일 많다" "5%대 금리 유지해야" 지적 잇따라
다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신중한 지적도 제기된다. 데일리 총재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가 우리의 것이라고 말하는 데이터 지점은 아니다"면서 "아직 할 일이 많다. Fed는 2%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레이드 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부사장 역시 "오늘 CPI 보고서는 시장에는 희소식"이라면서도 여전히 Fed 내에서 추가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동결을 지지하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사이에 분열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잭슨홀 포럼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어떤 시그널을 보낼지가 관건이다. 9월 FOMC까지 한달 이상의 시간이 남은 만큼 추가로 살펴봐야할 인플레이션, 고용지표들도 다수 남아있다.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샘 밀레트 전략가는 "이날 CPI는 9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뒷받침하지만, Fed는 최종 결정 전 지표들을 계속 모니터할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레이트의 그렉 맥브리드 수석재무분석가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는 증거를 더 많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7월 CPI 보고서에서도 그간 파월 의장이 우려해온 서비스 물가 상승세는 여전히 끈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각종 경제지표들도 예상보다 탄탄한 수준을 나타내며 인플레이션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유가 상승세가 긴축 막바지에 들어선 Fed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3개월 간 도매 경유 가격은 31%, 제트 연료 가격은 33%, 휘발유 가격은 18% 치솟았다.
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 에너지 비용이 제외된다. 하지만 유가 상승이 간접적으로 경제 전 분야의 비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결국 Fed가 가까운 시일 안에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의 금리는 22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5.25~5.5%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한동안 5%대의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추가됐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을 역임한 짐 오닐 채텀하우스 수석고문은 이날 CNBC에 출연해 "주요 선진국들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오랜 기간 5%선의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인플레이션을 영구적으로 안정시키고 싶다면 금리가 인플레이션과 일종의 양의 관계를 가져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리선물시장이 내년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샤 전략가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은 Fed가 금리를 인하하기까지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며, 2% 물가안정목표가 확인되기 전에 약간의 추가적인 경제적 고통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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