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라드 칼럼]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 북한에 큰 위협
북한 관련 소식이 지난 한 달간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18일에는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의 월북 사건에, 27일에는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열병식에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북한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은 실상 한반도 밖에서 벌어졌다.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선 것이다. 미국 소식통에 따르면 다수의 중국 고위급 인사가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선 가장 큰 원인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달 17일 발표한 상반기 경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이 12.4% 감소했고, 특히 대미 수출이 24% 하락했다.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 부실 대응 등에 따른 경제 위기가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과 정권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탈리아보다 높은 21%의 청년 실업률은 정치적으로 특히 위험하다.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요 시장이자 기술 원천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을 위시한 서구 사회와의 관계가 적어도 비즈니스는 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 중국은 기존의 정치적 목적보다 국제관계를 통한 경제적 이익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국의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 변화는 단계적으로 진행되겠지만, 앞으로도 그 기조는 계속될 것이다. 지난 5~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 평화 회담에 중국이 참여한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중국은 앞서 6월 24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1차 회의에는 불참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에 참여했다는 정치적 인정을 받을 뿐 아니라, 미국 또한 우크라이나 관련해 중국의 도움을 환영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일체성을 존중한다는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러시아의 병력 철수가 평화의 기초라는 이야기이다. 국제 사회가 러시아에 평화를 강요하는 데 중국이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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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위기 중국, 대미 유화 조치
우크라이나 평화회담에도 참여
미·중, 북핵 억제에 공조할 수도
」
가장 중요한 전략 파트너인 러시아에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북한과의 관계 재평가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정치적으로는 유용하지만 경제적으로 큰 효용가치가 없는 나라가 북한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지난 6월 18~19일 중국 방문에서 양국은 다양한 공동 실무그룹의 발족에 합의했다. 그중에는 아·태 지역 이슈를 다루는 그룹도 포함됐는데 여기에는 분명 북한 문제가 포함됐을 것이다.
중국의 대북 관계 재평가는 북한의 전승절에 참석한 중국 인사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2018년 9·9절 열병식 때 중국이 권력 서열 3위를 보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대표단의 급이 낮아졌다. 푸틴은 선물까지 보냈는데 시진핑 주석은 서한만 보냈다.
미·중 실무그룹이 북한 문제에 대해 합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평화회담 이후 북한의 무기 실험 중단이라는 더 제한적인 목표를 설정한 대화에 참여하지 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역할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볼 수도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중국이 미국과 비공개 양자 합의를 통해 광범위한 통상 협상을 끌어내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 교역의 98%를 차지하는데, 북한 지도부는 지금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이 만약 미사일 실험을 다시 감행하면 그동안 지키지 않은 유엔 안보리 제재 이행을 고려할 수 있다고 살짝 귀띔만 하면 된다.
북한은 그동안 재래식 탄약을 러시아에 수출해 중국의 경제적 속박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것도 장기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 북한 무기의 비축 규모가 불분명하다. 북한의 무기 수출 물량이 동나면 양국의 거래도 멈출 것이고 다시 중국의 절대적 경제 속박이 재개될 것이다.
북한은 미·중 갈등으로 혜택을 봤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하는 동안 북한을 경제·외교적으로 지원했을 뿐 아니라 도발도 용인했다. 따라서 미·중 관계 회복은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에 있어서 중대한 위협이다. 만약 미·중 관계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저지를 위해 협력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북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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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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