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스타트업…상반기 벤처투자 1년새 거의 반토막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 규모가 1년 전보다 4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리 인상에 따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도 투자에 신중해진 여파다. 현장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턴 시장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조심스레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0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4조4447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7조6442억원)보다 41.9% 줄었다. 민간과 정책 부문의 벤처 투자가 일제히 감소한 결과다. 이 기간 모태펀드의 벤처펀드 출자금액(2337억원)은 지난해 상반기(3565억원)보다 34.4% 줄었고, 이를 포함한 전체 정책 금융 출자금액(6620억원)도 1년 전(1조803억원)보다 38.7% 줄었다. 민간부문 출자액도 올해 상반기 3조9297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상반기(7조6158억원)에 비하면 48.4%가 쪼그라들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으로 세계 주요국이 유동성을 확대하면서 벤처 투자 규모가 이례적으로 급증한 영향으로 이번 통계엔 그 기저효과가 반영됐다”면서 “금리 인상으로 벤처투자의 ‘큰 손’인 금융기관과 VC들이 투자 규모를 줄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는 ‘빙하기’에서 좀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 왓챠 등 누적 투자액 1000억원을 넘긴 스타트업도 올해 상반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또한 카카오도 지난해 계열사 중 가장 큰 영업손실(1406억원)을 기록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사업 조직을 개편하며 구조조정 중이다.
또 폐업 위기에 몰린 스타트업들이 늘다 보니 폐업 절차와 관련 법률 자문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 변호사는 “투자 시장 악화로 지난해보다 사업 중단에 따른 투자 기관과의 계약 문제, 폐업에 따른 임원진의 책임 문제 등에 대한 법률 자문 요청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반기엔 투자 물꼬가 트일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공학과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딥테크(deep-tech) 기업,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등이 그렇다. 생성 AI 기술 스타트업인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지난 6월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모레도 지난달 KT그룹에서 15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최근 AI의 발전으로 기술 변곡점이 왔다는 인식이 살아나면서, 딥테크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도 “VC들이 투자 집행을 줄인 건 금리 인상 등 당시 급변하는 시장 상황 때문”이라며 “경기 상황이 나아지고 있으므로 올해 하반기 분위기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기부는 지난 4월 금융위원회와 합동으로 벤처·스타트업에 총 10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지원책을 발표하는 등 벤처투자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국내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해외 스타트업과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종합 대책인 ‘스타트업 코리아’도 올해 하반기에 발표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현금 조달의 비중을 따졌을 때 투자와 융자의 비중이 반반인 실리콘밸리처럼, 정부가 스타트업 투자 이외에 (융자 등의) 영역에서 대책을 제시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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