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심해지는데 속으로 웃는 K조선, 왜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노르웨이에서 열린 조선해양박람회(노르시핑)에서 영국 로이드선급 등으로부터 액화이산화탄소(LCO2)와 암모니아, 액화석유가스(LPG) 등을 함께 운반할 수 있는 2만2000㎥급 다목적 가스 운반선에 대한 기본설계 인증(AIP)을 받았다. 기존 선박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0%가량 줄이고, 연료 효율은 6% 높인 게 특징이다. AIP는 신기술·신개념 설계에 대한 국제 공인 인증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그리스에서 ‘3 Cargo Tank LNGC’와 ‘에코 컨테이너 쉽’을 선보였다. 3 Cargo Tank LNGC는 통상 4개인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을 3개로 줄여 효율을 높인 것이다. LNG의 자연 증발량을 줄인 동시에 화물창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낮췄다. 에코 컨테이너선은 컨테이너 적재량을 최대 8% 더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10일 조선·해운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 선박 건조 경쟁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친환경 기술이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 조건이 되고 있어서다. 유엔(UN) 산하 국제해사기구는 지난달 초 국제 해운의 중장기 탄소배출 감축 목표 관련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당초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2008년 대비 50%까지 줄이기로 했던 것을 100%로 높이는 게 핵심이다.
이런 환경 규제 강화가 K-조선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빅3’의 경우 친환경 선박 제조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전 세계에 발주된 친환경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총 117척) 중 한국 업체 수주량은 61척에 이른다. 이어 중국 48척, 일본 8척 순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43척, 삼성중공업이 16척을 각각 수주했다.
다만 중국 추격이 거세다. 지난 6월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는 중국 조선사에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했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배를 인도받을 수 있는 조선사를 택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K-조선사들은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HD현대 권오갑 회장은 지난달 말 사장단 회의에서 “각고의 노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 사업을 담보해 내라”고 주문했다. 한화오션도 연비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 기술을 적극 도입 중이다. 자체 개발한 축 발전기와 공기윤활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축 발전기는 운전 중인 선박 엔진 축의 회전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친환경 장비다. 공기윤활 시스템은 선박 바닥면에 공기를 주입해 선체와 바닷물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어 운항 중에 발생하는 마찰 저항을 줄여 연비를 향상하는 기술이다.
이수기·강기헌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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