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닮은 집 #더컬렉터스
케틀스 야드. 조너선 앤더슨이 자신의 브랜드 J.W. 앤더슨 2016 리조트 컬렉션의 영감이 된 곳으로 알려진 이 집은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다. 조너선 앤더슨은 언젠가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할 때 케틀스 야드를 떠올린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넉 채의 오래된 코티지를 한 건물로 이어 만든 이곳은 과거 동시대 예술 작품을 수집하는 테이트의 큐레이터 짐 이드(Jim Ede)가 아내 헬렌 이드(Helen Ede)와 함께 1957~1973년 사이에 살았던 집이다.
금욕적인 동시에 사교적인 수집가이기도 했던 짐 이드가 작은 집을 개조한 시기는 1950년대. 부부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고 모로코와 프랑스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살아본 끝에, 예순 즈음 이 집에 살게 됐다. 짐은 예술가 친구와 교류하며 모은 아트 컬렉션을 더 많은 이들에게 보여줄 공간으로 오두막을 연결해 미술관으로 개조했고, 그 속에서 거주하는 삶을 택했다. 짐과 헬렌의 일상, 취향은 케틀스 야드 내 ‘더 하우스’라 부르는 작은 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작은 오두막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 좁은 현관을 통과하면 이내 친밀한 세간들이 반기는 이 집에서 짐 이든은 후앙 미로 등 당대 신진 예술가들과 교류했다. 매트리스로 무심하게 조립해 만든 소파, 모로코풍 러그와 테이블, 나무 층계 사이로 발견되는 손가락 크기의 나무 조각을 바라보다 눈을 돌리면,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와 앙리 가우디에 브르제스카(Henri Gaudier-Brzeska), 헨리 무어, 바바라 헵워스의 조각품을 비롯한 예술 작품이 플리마켓에서 구한 나무 받침대 위에, 세면대와 흔들의자 옆에 툭 놓여 있다.
세수하고 화장실에 앉아서도 미술을 보는 삶. 예술이 중요하다는 감각을 일깨우는 집. 언제나 집 전체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찾았던 짐은 가구와 도자기, 유리 세공품, 돌과 나무 등의 자연물과 함께 예술 작품을 조심스럽게 배치했다.
어느 날 친구가 가져온, 벼락 맞아 새카맣게 타버린 통나무도 작품처럼 놓였다. 20~30년대에 짐은 런던 테이트 갤러리의 큐레이터였고, 당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던 햄스테드에 살았다. 예술가들과의 우정 덕분에, 그는 벤 니콜슨(Benjamin Lauder Nicholson)과 위니프레드 니콜슨(Winifred Nicholson), 알프레드 월리스(Alfred Wallis), 크리스토퍼 우드(Christopher Wood), 데이비드 존스(David Jones), 후앙 미로(Joan Miro)의 그림 등 주목할 만한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었다. 케틀스 야드는 원래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고안됐다.
짐은 학기 중 매일 오후 2~4시까지 방문자들에게 문을 활짝 열고 누구에게나 직접 작품을 설명해 주었다. 사람들이 예술과 함께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시도하기를 열망했던 그는 노스 케임브리지의 지역사회와도 긴밀히 협력하며 더 많은 학생들과 일하고 싶어했고, 자신의 집이 모든 문제에 대한 대화와 토론이 벌어지는 공간이길 원했으며 학생들의 정체성과 경험을 반영하는 전시를 열기 위해 고민했다. 이후 1966년에 그는 집과 소장품 모두를 케임브리지 대학에 기증했다. 짐이 에든버러로 이주하며 은퇴하기 3년 전인 1970년, 집을 확장하면서 전시 갤러리가 추가됐다. 은퇴하던 해에 짐 이든은 78세였고, 짐과 헬렌이 케틀스 야드에서 챙겨간 물건은 소량의 개인 소지품과 커피잔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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