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학살' 지켜보는 국민의힘…'기대·우려' 속 셈법 분주 [野혁신위 조기종료 ⑤]

김민석 2023. 8.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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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혁신위, '현역 공천 불이익' 및 '중진·원로
정치인 용퇴' 촉구안 발표…비명계는 '즉각 반발'
與 "이재명 위한 혁신안…팬덤 앞세워 비명 축출"
지역구 선거 유리 '기대'와 개딸 망동 '우려' 공존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안 발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현역 의원 공천 시 불이익 강화, 중진·원로 정치인의 용퇴 등의 메시지에 더불어민주당의 내분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총선 셈법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혁신안이 실제 경쟁력 있는 '비명계' 현역과 중진 의원들의 용퇴로 이어질 경우 총선에서 기대할 점도 있지만, 당으로 대거 유입될 '친명계' 인사들을 앞세운 개딸(개혁의딸)들의 선동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에 당내에선 민주당의 분열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민주당이 '최선의 상태'라는 점을 가정한 맞춤형 선거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민주당 내 현역 의원이 공천될 때 불이익을 주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의정활동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현역 의원 30%를 추려 경선에서 최대 40%까지 점수를 감산하도록 하는 안이다. 또 공직윤리기준을 신설해 공직윤리 위반 행위가 있을 경우 공천을 주지 않기로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민주당 강성 원외 인사들이 주장해온 '현역 물갈이'를 위한 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혁신위는 당내 중진과 원로들의 용퇴도 제안했다. 혁신위는 혁신안 배포 직후 "수차례 의원직을 역임하시고 의회직과 당직을 두루 맡으시면서 정치발전에 헌신하신 분들 중에서 이제는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하실 분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여러 차례 의원을 역임하신 분들도 당의 미래를 위해 불출마 결단을 내려주시고 당을 위해 헌신해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최근 총선 복귀 전망이 나오는 박지원·정동영·추미애·천정배 등 유력 원로 정치인들에게 용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안이 발표되자 곧바로 민주당은 두 쪽으로 갈라지는 모양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의 지적처럼 "강성 당원들, 개딸(개혁의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들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을 하고 관철하려는 대변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는 비명계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비명계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혁신 대상은 당 안에서 가장 기득권을 많이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무려 선출직만 4번이신 분, 지금의 당대표 이재명 대표"라며 "용퇴를 결단하시겠습니까.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주시겠습니까. 이재명 대표의 응답을 기다린다"라고 주장해 정작 물러나야 할 사람은 이 대표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의 내분이 깊어지는 모양새가 되자 국민의힘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시각이 포착되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은 혁신안이 표면적으로 이재명 대표를 보호하는 형태를 취한 만큼 비판부터 쏟아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김은경 혁신위는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혁신안을 발표하고서 활동 마무리라는 이름으로 줄행랑을 쳤다"며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 등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팬덤 층을 앞세워 비명계를 축출하기 위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 원내대변인의 지적처럼 당내에선 이번 혁신안이 '비명계 축출'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처럼 민주당 내 최고 권력을 잡은 이 대표를 호위하기 위한 친위부대 형성을 위해 혁신위가 결단을 내린 만큼 당의 분열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사태를 좀 더 세부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중진으로 분류되는 3선 이상 의원은 40명이다. 21대 국회를 시작할 때만해도 45명에 달했지만, 이낙연 전 총리(대선 출마 이유로 사퇴), 송영길 전 대표(서울시장 출마 위해 사퇴), 이광재 국회사무총장(강원도지사 출마 위해 사퇴) 등 3명이 자진 사퇴했고, 각종 의혹을 받은 박완주·윤관석 의원이 무소속으로 빠졌기 때문에 소폭 줄어든 상황이다.

실제로 해당 중진 의원들 가운데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있고,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국민의힘이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혁신안이 '공천 학살'로 이어질 경우 국민의힘 입장에선 '해볼 만한' 선거가 될 수도 있단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 같은 공천 잡음이 계속된다면 민주당 측에서 무소속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을 텐데 여당 입장에선 표가 분산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며 "선거라는 건 해봐야 아는 것인 만큼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민주당 상황을 잘 보면서 맞춤형으로 전략을 짜면 아주 불가능 한 얘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인위적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의원들이 '중진'인 만큼 각 지역구에서 조직력과 경쟁력이 충분해, 실제 물갈이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또, 실제로 물갈이가 현실화돼 진짜 친명계 후보들이 대거 공천돼 선거에 출마하게 될 경우, 개딸들의 응집력과 국민의힘을 향한 반감을 부추길 선전·선동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3선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보통 인물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에 단순히 페널티를 준다고 해서 그 분들의 경쟁력이 사라지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그 지역과 그 의원들의 상황을 인정하고 최선의 상태에서 맞붙는다는 가정 하에 인물과 전략을 짜서 내놓지 않는다면 우리 입장에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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