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당화 야욕' 노골화한 혁신안…계파 싸움 폭발 전망 [野혁신위 조기종료 ③]
비명계 "李 사법리스크 염두…당권 장악 사전 작업"
내홍 심화하면 '분당설' 고개 들 듯…"가능성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로 위기감을 느낀 친명(친이재명)계가 당내 헤게모니 강화 의도를 대의원제 폐지, 공천룰 손질 혁신안으로 노골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출범 당시부터 비명(비이재명)계로부터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원회'라는 비판을 받아온 '김은경 혁신위'가 혁신안을 통해 친명계에 힘을 대폭 실어주면서, 당권과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가 10일 활동을 조기 마무리하며 내놓은 혁신안에는 비명계가 반대해왔던 대의원제도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비명계는 그간 대의원제를 현 시점에서 개편하는 건 해당 제도가 내년 총선과 무관해 급하지도 않고, 권리당원에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비중이 커 적절하지도 않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끝내 대의원제 변경 내용이 담긴 배경에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재점화로 '10월 퇴진설' '연말 결단설' '총선 불출마설' 등 거취 논쟁까지 당내에서 불거진 만큼, '포스트 이재명'을 위한 친명계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비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혁신위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방식을 바꿔 사실상 현행 대의원제를 무력화한 혁신안을 내놨다. 현행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국민여론조사 25%, 일반 당원 5%인데, 혁신위는 대의원 반영 비율을 없애고 권리당원 70%와 국민여론조사 30%만으로 선출토록 권고했다. 또 대의원을 지역위원장이 아닌 당원이 직접 뽑는 대의원 직선제도 제안했다. 결국 비명계의 우려대로 '권리당원의 입김'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혁신위가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 잣대를 한층 엄격하게 세우면서도 전·현직 다선 의원들에게 용퇴를 촉구한 것도 비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혁신위는 현재 하위 20%에게 경선 득표의 20% 감산을 적용하던 규정을 △하위 10%까지는 40% 감산 △10~20%는 30% 감산 △20~30%는 20% 감산 규칙으로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탈당이나 경선 불복자에 대한 감산은 현행 25%에서 50%까지 상향 적용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여러 차례 의원직을 역임하고 의회직과 당직을 두루 맡으시면서 정치 발전에 헌신하신 분 중 이제는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할 분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달라"(김은경 혁신위원장)고 첨언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3선 의원 출마 페널티는 아니라는 게 혁신위의 입장이다. 하지만 친명계가 대부분 초선과 원외 인사로 형성돼 있다는 점 즉, 비명계에 다선이 포진해있다는 점에서 비명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위태위태하면서 이 대표 퇴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 아니겠느냐"라며 "당권을 잡아 공천권까지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혁신위를 통해 드러낸 것"이라고 격분했다. 혁신위가 혁신안을 발표한 이날 공교롭게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일정이 확정됐다. 검찰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수사도 이 대표를 옥죄고 있어, 그의 거취 문제는 당내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도 통화에서 "대의원제가 '돈봉투 사건'의 원인인가. 내년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비해야하는 문제를 왜 지금 하는 것이냐"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혁신위의 혁신안 발표 직후 이 대표의 용퇴를 촉구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혁신할 수 없는 분들로 꾸려진 사람들이 내놓은 안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혁신 대상은 당 안에서 가장 기득권을 많이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라며 이 대표를 향해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주시겠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특히 '국회의원 4명이 있는 지역에서 지자체장을 두 번이나 한 분" "경기도지사가 되어 (2023년 기준) 1년 33조나 되는 예산을 집행하신 분" "이어서 당 대선후보가 되신 분" "연고도 없는 인천 지역의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되신 분" 등 이 대표가 누려온 기득권에 대해 열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지금 대의원제가 논란이 되는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당화를 완성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대의원제를 폐지 혹은 비율을 조정한다고 '이야, 정말 민주당이 혁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개딸과 개딸을 등에 업고 있는 친명계 의원 몇몇을 제외하면 몇 명이나 있겠냐"라고 꼬집었다.
혁신안은 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최종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일단 당 지도부는 오는 16일 열리는 정책의원총회, 28~29일 의원 워크숍에서 전체 토론을 진행하면서 혁신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혁신위의 제안은 민주당의 쇄신을 위한 고언"이라며 "당은 이 제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 쇄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견이 큰 사안들인 만큼 이 과정에서 친명계와 비명계의 사생결단 싸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파 간 갈등이 극에 달할 경우, 당내 금기어로 자리잡은 '분당'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련자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오는 25일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 만찬을 두고도 총선을 앞둔 '친문계의 세력화'로 보는 시각이 정치권에 존재한다.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느 조직이고 분열되고 통합되고 이런 잠재적 가능성은 다 있다"며 "당이 이 대표의 사법적 부분을 계속 버티게 되면 말하자면 그런(분당)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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