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혁신안…친명 "아쉽지만 고생" 비명 "망하려고 작정" [野혁신위 조기종료 ②]

김찬주 2023. 8.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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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대의원제 폐지'·'중진의원 용퇴론'까지
비명계 초선의원 "당이 망하려고 작정한 거냐"
친명계 원내외 "혁신위, 그간 애썼고 감사하다"
지도부 최고위·워크숍서 혁신안 수용여부 논의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7월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리 리스크'로 구설에 오르던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0일 활동을 조기 종료했다. 대선과 지선, 재보궐선거 참패를 돌아보고 당을 윤리정당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출범한 지 52일 만이다. 다만 김은경 혁신위가 사실상의 '대의원제 폐지'와 '3선 이상 국회의원 용퇴' 제안을 남긴 채 떠난 것을 두고, 당 안팎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혁신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권리당원 1인1표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로 선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현행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다.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투표 비중을 대폭 낮추고 권리당원 투표권을 향상시키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 취임 이후 권리당원이 100만명 가까이 늘어난 점, 이 대표의 강성당원이 대거 포진한 점에서 이들이 원하는 후보가 당대표와 최고위원으로 뽑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차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명(친이재명) 일색 지도부'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혁신위는 3선 이상 중진의원과 원로들의 용퇴, 즉 총선 불출마도 요구했다. 이들은 "수 차례 의원직을 역임하시고 의회직과 당직을 두루 맡으시며 정치발전에 헌신하신 분들 중, 이제는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하실 분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주시기 바란다"며 "또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여러 차례 의원을 역임하신 분들도 당의 미래를 위해 불출마 결단을 내려주시고 당을 위해 헌신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지난 6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1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번 혁신안은 강성당원들이 요구한 내용과 상당 부문 일치했다. 이에 따라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은 불보듯 뻔하고, 나아가 당내 계파갈등까지 전망되는 상황이다.

비명계 민주당 초선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출범 이후 온갖 구설과 국민적 실망·비난·분노만 유발하다가 조기종료한 혁신위가 무슨 자격으로 그리고 얼마나 숙고를 했다고 마치 정해진 결론 내리듯 혁신안을 내놓느냐"라며 "어떤 국민에게 감동과 기대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무게감을 줄 수 있겠느냐. 안 하느니만 못한 혁신안 발표였고 눈꼽만큼도 인정할 수도, 존중할 수도 없는 혁신안"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 (당이) 망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며 "절대 의원들이나 내년 총선 출마 희망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안인데, 만약 당 지도부가 혁신안에 힘을 실어주고 밀어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실행으로 옮긴다면 단언컨대 많은 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명(비이재명)계로 꼽히는 이원욱 의원은 혁신위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혁신할 수 없는 분들로 꾸려진 사람들이 내놓은 안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라며 "혁신 대상은 당 안에서 가장 기득권을 많이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진짜) 혁신 대상은 피해갔다. 당의 최고 기득권자는 수혜자 이재명 대표다. 용퇴를 결단하시겠느냐"고 꼬집었다.

반면 친명계는 '노인 비하 발언' 등으로 온갖 구설에 올랐던 혁신위를 두둔하거나 독려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양이원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당에 희망을 갖고 마지막까지 해보려 애쓴 흔적이 보여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적었다.

친명계 원외 인사로 꾸려진 더민주혁신회의 소속이자 민주당 소속 허소영 강원도당 대변인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혁신위가 그간 각 지역을 돌면서 지역 정서나 의견들을 청취하는 수고를 했고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들도 이전보다 상당히 꼼꼼히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지하는 분위기에서 해도 쉽지 않은 게 개혁이고 혁신인데 그중에서 계속 딴지를 거는 일부 의원들 때문에 개혁의 속도나 내용의 수준 이런 것들이 좀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아쉽지만,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원들이 열망을 갖고 있는 중진의원과 원로에 대한 용퇴 제안이 의미는 있지만, 무시될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그간 혁신위가 당내 중진들이라든지 또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의원들로부터의 압박이 있었을 거라고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혁신위는 이날을 끝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당초 9월까지로 활동이 계획됐지만, 한 달을 앞당겨 해산했다. 당은 혁신위의 이같은 안을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 등에서 논의를 거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단은 혁신위가 오늘 혁신안을 제안한 만큼, 향후 최고위 등에서 당 지도부가 진지한 논의를 거칠 것"이라며 "박광온 원내대표께서도 이달 말 민주당 워크숍에 당 소속 의원들이 다 모이니까 거기서도 논의를 하겠다고 했고 과정들을 좀 지켜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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