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미국 본격적인 금리 인하까지 상당 기간 소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나오며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제53대 한국경제학회장인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긴축 종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환, 금융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긴축 종료가 한국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는 만큼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미국 긴축 정책 종료에 대한 대응책으로 ‘규제 개혁’을 꼽았다. “재정·통화 정책은 단기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노동, 교육, 연금 등 구조적인 규제 개혁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황 교수 주장이다.
A. 지난 7월 28일 기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연준 목표 수준인 2%를 웃돈다. 반면 실업률은 3.6%로 지난해 3월 이후 일정하게 머물렀다.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2%에 근접한 수준에서 안정화됐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Q. 미국 긴축 종료가 가시화한다면, 이전 사례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A. 역사적으로 미국에서는 1955년 이후 총 12번의 긴축이 있었다. 평균 2년 이하 기간이 이어졌다. 최근 긴축 정책은 코로나 팬데믹 후 유동성 증가 등 수요 요인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제유가, 경제 분절화 등 공급 요인에 따른 급속한 인플레이션 대처를 위한 금리 인상이다. 아직 인플레이션은 충분히 낮은 수준이 아니며 경제 침체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과거와 비교해 짧은 기간 급속하게 금리 인상이 이뤄졌다는 점이 다르다. 초기 인플레이션 상황이 일시적이라 오판해 급격한 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과거 급속한 긴축 정책으로 경기 침체·금융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까지 심각한 위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4%대로 높아 금리 인하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Q. 세계 경제에는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A. 미국이 긴축 정책을 끝내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경제 회복 가능성이 커진다.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져 신흥국으로 투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긴축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기간이 길고 ‘가변적(Long and Variable)’이기 때문에 종료 과정 또한 예측하기 힘들다. 긴축 종료 과정에서 외환, 자본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는 미국으로 자금이 다시 회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Q. 미국의 긴축 종료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A. 미국 긴축 종료로 글로벌 투자 자금이 한국 시장에 유입됨에 따라 증시가 활성화될 듯 보인다. 세계 경제 회복으로 수출이 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며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 그간 정부 경제 정책이 한국은행 긴축 정책과 엇박자를 이루는 과정에서 가계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가계부채 증가 위험이 커진다. 적절한 규제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1호 (2023.08.09~2023.08.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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