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사랑하던 20대 해금 연주자, 3명 살리고 떠났다

국악을 사랑하고, 널리 알리고자 했던 20대 해금 연주자가 뇌사 상태에 빠진 뒤 3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지현(24)씨가 지난달 30일 건양대병원에서 간과 좌우 신장을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고 10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5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이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이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충격에 빠졌던 이씨 부모는 ‘딸의 일부가 살아있다는 것이 가족에게도 위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이씨 부모 역시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다.

기증원은 “이씨 부모는 딸이 마지막 길에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해금 연주자로 활동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생전 밝고 착한 성품에 애교도 많았다고 한다.

이씨는 고등학교 때 드라마 ‘추노’에 나온 해금 연주를 듣고 국악에 관심을 가졌다.

이씨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두세 배 더 노력했고, 목원대 한국음악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는 생전 많은 사람에게 국악과 해금을 널리 알리고 싶은 꿈을 가졌다고 했다.

고인의 언니 이은지씨는 “지현아. 지난해 갔던 가족여행과 가족사진을 찍으며 행복해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각나. 너와 함께한 추억을 평생 가지고 살아갈게. 다음 생애에도 가족으로 오래오래 함께 지내자”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