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에 천연기념물 정이품송 가지 부러져

초속 18.7m 비바람에 가지 2개 꺾여
보은군, 나무병원과 현 상태 긴급 진단

10일 제6호 태풍 '카눈'이 몰고 온 비바람으로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 가지 2개가 부러져 축 늘어져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수령 600년 된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의 가지 2개가 제6호 태풍 '카눈'이 몰고 온 비바람에 부러졌다.

10일 보은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쯤 북쪽(법주사 방향)으로 뻗어있던 정이품송의 가지 2개가 부러져 밑으로 축 늘어져 있는 것을 순찰하던 공무원이 발견했다.

정이품송 중간 높이에 있던 지름 15∼20㎝ 가량의 가지들이 꺾였다. 꺾인 가지의 길이는 각각 약 6~7m, 3.5m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속리산에는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순간풍속 초속 18.7m의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성인이 바람을 안고 걷기 어려울 정도의 거센 강풍이다.

보은군은 현 상황을 문화재청에 보고하고, 청주나무병원에서 전문가를 불러 정이품송의 정확한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고 알렸다.

보은군 관계자는 “이번에 부러진 곳은 정이품송 전고 가운데 7부쯤에 해당하는 부위”라며 “다행히 수형을 떠받치는 굵은 가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이품송이 서 있는 속리산 입구는 강한 계곡풍이 부는 곳”이라며 “많은 비로 가지가 무거워진 탓에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령 600여년으로 추정되는 정이품송은 1990년대 이후 수세가 약해져 태풍 등 자연재해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1993년에는 강풍으로 동북쪽 큰 가지를 잃었고, 5년 뒤 1998년에는 바로 옆의 또 다른 가지를 잃었다.

2004년엔 폭설로 크고 작은 가지 5개를 잃으면서, 정이품송 특유의 고고하던 원추형 자태가 사라졌다. 이후에도 2007년과 2010년, 2012년 태풍이나 돌풍 등에 크고 작은 곁가지들이 잇달아 부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김준란 기자 loveways1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