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치 향한 칼끝 아팠다" 김은경 혁신위 51일만에 조기종료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10일 혁신안 발표와 동시에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지난 6월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겠다”며 호언장담한 지 51일 만이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와 선택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혁신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이 자리에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간담회 말미에 최근의 논란을 의식한 듯 “명치를 향한 칼끝이 정말 아팠다. 죽을 힘을 다해 죽기 살기로 왔고, 민주당이 (혁신안을) 잘 받아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며 소회를 전했다. 앞서 혁신위는 다음 달 초까지 활동을 예고했었다.
혁신위를 조기 종료시킨 건 김 위원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었다. 그는 지난달 청년 좌담회에서 “왜 나이 든 사람이 미래를 결정하느냐, 여명(餘命·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해야 한다”는 아들의 말을 “맞는 말”이라고 소개해 노인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나흘을 버티다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하는 과정에서 “남편 사별 후 시부모를 18년간 모셨다”고 말했는데, 이에 시누이가 “새빨간 거짓”이라고 비판하면서 가족사 논란까지 일었다.
그간 설화를 의식하듯 김 위원장은 “부족한 말로 불편함을 끼친 점에 정중히 사과한다”고 하면서도 현 정부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이 한국 사회를 나락으로 끌어내린다” “정치는 무분별한 압수수색과 구속으로 대체된다”라고 했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은 김 위원장 가족사 논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개인사 문제는 답변하지 않겠다. 문제가 된 글은 사실과 다르고, 추후 위원장이 민·형사상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 조기 종료 이유에 대해선 “여러 공격과 비난이 있어 동력이 떨어지기 전 준비한 안을 내놓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내놓은 혁신안도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당원의 주장에 치우쳐 향후 후유증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사고만 치던 혁신위가 (대의원제 폐지·공천룰 개혁 등) 불만 지르고 갔다”며 “혁신위가 설화(舌禍)로 시작해 방화(放火)로 끝났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혁신위가 스스로 자폭했다”며 “쓰레기를 투척하고 도망간 것 외에는 특별한 의미를 남기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 당에 희망을 갖고 마지막까지 해보려 애쓴 흔적이 보여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엄호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혁신위에 대해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사조직다웠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김 위원장이 그간 보여준 국민 우롱 행태는 두고두고 정치사에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이 택한 혁신은 ‘이재명 아바타’를 앞세운 김은경 표 ‘방탄’이었다”며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팬덤층을 앞세워 비명계를 축출하기 위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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