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눈, 수도권 상륙 전 약해졌다…전문가도 놀란 '이상한 경로'
한반도를 관통하는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오후 충청권을 지나면서 강도가 '중'에서 일반 태풍으로 바뀌었다. 오후 9시에 서울 동쪽 부근을 지나는 카눈은 북한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후 4시 충북 충주 남동쪽 약 30㎞ 육상을 지나 경기 동부를 향하고 있다.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경에는 경기도에서 가까운 충주 북북동쪽 약 10㎞ 부근 육상에 도달해 수도권 퇴근길에 많은 비를 쏟아낼 전망이다. 10일부터 11일까지 수도권 예상 강수량은 30~80㎜, 많은 곳은 120㎜ 이상이다. 이미 물폭탄이 쏟아진 강원 영동지역에는 시간당 30~60㎜의 강한 비가 더 내릴 전망이다.
카눈은 이날 오후 4시까지 강원도 삼척 지역에 387㎜, 속초 366.5㎜ 경남 양산 350㎜, 창원 338.6㎜ 강릉 335.9㎜의 비를 뿌려 곳곳에서 비 피해를 일으켰다. 대구에서는 태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태풍이 수도권에 도착하기 전에 강도가 다소 약해지면서 수도권 강수량은 30~80㎜ 수준으로 예상된다. 당초 예상보다는 낮아진 수치지만 실제로 태풍이 서울에 근접하는 오후 9시경에 어느정도 비를 뿌릴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당국은 모든 하천 통로를 제한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놀란 카눈 경로
전문가들은 이번 태풍의 경로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태풍 경로가 상당히 이상했다”며 “중국을 향해 가다가 급격히 경로를 동쪽으로 틀어 일본을 향했고, 거기서 다시 경로를 틀어 한반도 남쪽에서 북쪽까지 타고 올라갔는데, 정말 보기 힘든 경로였다”고 말했다.
문일주 제주대학교 태풍연구센터 교수도 “태풍이 남해안을 지나 이렇게 한반도를 관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강도 측면에서는 (큰 피해를 남긴 역대급 태풍보다) 약해진 상태에서 올라왔지만 이동 속도가 느려 많은 비를 뿌리고 있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비 피해가 클 수 있다”고 했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국장도 “태풍이 느리다는 것은 지향류(태풍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류)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마찬가지로 지향류가 뚜렷하지 않은 탓에 경로 예측이 상당히 까다로웠다”며 “이번 태풍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카눈은 서울과 북한 개성 부근을 지나 평양까지 도달한 뒤 11일 오후 6시쯤 평양 서북서쪽 약 70㎞ 부근 해상에서 태풍으로서의 생을 마감할 전망이다. 전날까지는 카눈이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육상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세력이 약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이 정도까지 올라갔으면 태풍이 한반도를 사실상 종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태풍이 북한으로 넘어간 11일에도 경기 북부 지역 등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쏟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11일 오전까지 수도권과 강원도에 매우 강하고 많은 비, 중부 바닷가엔 매우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강한 너울과 월파로 인한 저지대 침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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