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인수 후 리딩방 매수 추천' 시세조종 일당 기소

상장사 인수한 페이퍼컴퍼니 130억 시세차익

코스닥 상장사를 낮은 가격에 인수한 후 주식 리딩방에 매수추천을 하고 시세조종을 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얻은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자료=서울남부지검

10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채희만)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금융컨설팅업체 운영자이자 상장사 인수를 주도한 이모씨(55), 투자자 모집 및 시세조종 역할을 맡은 박모씨(38), 주식 리딩방 운영자 김모씨(28)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범행 가담정도가 비교적 낮은 주식리딩방 운영자 김모씨(40)는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코스닥 상장사인 A사의 최대 주주 지분을 저가에 매입하고선 주식리딩방에 주식을 추천하고, 시세조종을 해 주가를 상승시킨 후 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는다.

A사의 인수단 부회장을 맡은 이씨는 박씨와 함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인수 예정인 A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최초 주식 인수자의 지위를 승계받았다.

이후 주가 하락 가능성을 막기 위해 주식 리딩방을 동원했다. 구속기소된 김씨(28)는 유튜브 구독자 10만명과 유료 리딩방 회원 1000명을 보유하고 있었다. 불구속기소된 김씨(40)는 유료 리딩방 회원 300여명을 갖고 있었으며, 회원 투자 가능 금액은 약 250억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들은 리딩방에서 "1500억~2000억원은 매수 수급으로 유입된다", "기관부터 시작해 불법토토 블랙자금이나 이런 애들 자금 싹 다 들어온다", "여기 방 물량은 체크해서 사주 측에 얘기하니 걱정말고 담아라"는 등의 내용으로 회원들을 속였다. A사의 주가 상승으로 이들은 리딩방 유료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박씨는 단주매수(1~10주내외의 매수) 주문을 반복해 주가 상승을 유도하고 주가 하락을 방어했다. 단주매수 주문을 통해 직전가를 상승시킨 직후 동일한 가격에 이를 반복해 해당 가격을 유지하고 매수세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리딩방 회원들을 '물량받이'로 이용해 페이퍼컴퍼니 등은 2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13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박씨는 페이퍼컴퍼니 관련자로부터 약 13억5000만원을 배분받았다. 이씨는 범행 기간에 별건 구속돼 이익 배분을 받지 못했지만 최대 주주 지분 양수도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2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검찰은 "주식리딩방 운영자 김씨(40)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접수된 패스트트랙 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해 최대주주 양수도에 관여하면서 범행을 총괄 계획한 이씨 등을 찾아내 조직적인 범행을 규명했다"며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은 전액 추징하고 페이퍼컴퍼니로 이용된 법인, 조합 및 그곳에 출자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세금탈루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