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나온 '유퀴즈', 아쉬운 대목이 있다

이준목 2023. 8. 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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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2

[이준목 기자]

"하루는 끝이 있지만 영원은 끝이 없어, 생명은 끝이 있지만 희망은 끝이 없어, 길은 끝이 있지만 마음은 끝이 없어. 내가 기다리고 있는 엄마는 언젠가 꼭 만날 수 있어."(영원과 하루)

엄마와의 가슴아픈 이별을 시를 통하여 극복해가는 있는 한 소년 시인의 사연이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8월 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206회는 '그것만이 내 세상' 특집으로 시 쓰는 제주소년 민시우 군, 복싱챔피언 소아과 의사 서려경, 배우 이병헌이 출연했다.

제주도 애월에 거주하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민시우 군은 세상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아 담백한 시로 풀어내는 어린이 시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부친 민병훈 씨는 <벌이 날다>로 그리스영화제 은상까지 수상한 영화 감독이다.

2016년 시우 군의 어머니가 폐임 진단을 받으면서 치료와 재활을 위하여 시우 가족은 제주도에 내려와 정착했다. 비록 어머니는 시우가 7살 때 안타깝게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시우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다고 한다.

시우 군은 초등학교 2학년때 비가 오는 것을 보고 눈물과 엄마를 떠올리며 '슬픈 비'라는 시를 처음으로 쓴 것을 계기로 어린이 시인의 길에 입문했다. 시우 군의 작품들은 엄마와의 추억과 그리움을 소재로 한 내용들이 많다. 시우 군은 엄마와의 약속을 주제로 한 <약속>을 낭독하며 "엄마가 저한테 언젠가 꼭 만날 수 있다는 약속을 했다. 저도 죽기전까지는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을 엄마를 위해 약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민병훈 감독은 부자가 엄마와의 이별을 시와 영화로 함께 극복해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연출하여 영화제까지 진출했다. 민 감독은 "시우가 시를 쓰게 된 첫 장면이 영화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하며 "엄마와의 기억과 추억, 엄마의 품, 이런 순간들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시우가 <슬픈 비>를 통하여 자기 이야기를 해주었듯이, 슬픔은 사라지거나 숨기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같이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 감독은 "죽음은 저희만의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주제이기에, 저희의 이야기가 모두에게 도움과 치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엄마가 돌아가셨는지 잘 실감하지 못했던 시우 군은 시를 쓰면서 차츰 엄마의 부재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우 군은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언젠가 꼭 다시 만날 거라고 진심으로 약속해주셨다. 슬프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기뻐하면 더 위로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유재석은 "엄마와의 이별을 담아만 두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이야기하면서 영원히 간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시우 군의 '네번째 계절'을 읽다가 "제가 죽을 때 봄이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벚꽃을 손에 들고 엄마한테 선물을 주고 싶기 때문이에요.라는 대목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선 성숙함과 깊이가 느껴지는 어린 시인의 표현력은 모두를 뭉클하게 했다.

시우 군은 "시는 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저희 마당에 찾아오는 노루와 대나무를 보면서 엄마가 저를 본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보고 싶을때면 엄마 나무를 토닥여주곤 한다"면서 여전히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전했다.

소아과 전문의이면서 동시에 복싱 챔피언에 오른 '청진기 건 복서' 서려경씨가 다음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어엿한 프로 4년차인 서려경씨는 지난 7월 KBM 3대 한국 타이틀 매치에서 승리하며 한국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에 올랐다. 총 7번의 경기중 4번이나 KO승을 거둘만큼 압도적이었다.

려경씨는 "어느날 한순간에 이뤄진 게 아니라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원래 운동을 좋아했던 려경씨는 선배의 권유로 복싱에 입문하게 되었다. 려경씨는 "선수를 하려고 마음먹었을때는 챔피언까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남다른 배포를 드러냈다. 공부든 운동이든 지는 걸 싫어하는 남다른 승부욕의 소유자였다고.

유재석이 "환자들을 진료할 때 (복싱하느라) 눈이 퉁퉁 부은 상태가 되는 것도 감안하신 거냐?"고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당황한 려경씨는 "일하는 곳이 신생아실이라 어차피 모른다"고 웃었다.

전문의와 프로복서를 병형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려경씨는 수련의 시절 무려 33시간 연속 당직을 서고 다시 체육관에 출근하기도 했다는 놀라운 일화를 밝혔다. 려경씨는 복싱을 통하여 병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데도 도움이 된다며 내친김에 "세계 타이틀까지 도전해보고 싶다"는 야망을 드러냈다. 

려경씨는 의사들 가운데서도 너무 힘들어서 기피 분야로 꼽히는 소아과 전문의를 지망할만큼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신생아중환자실을 맡고 있는 려경씨는 "신생아는 말을 할 수 없어서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진찰이 필요하다. 작았던 아이들이 잘 커서 다시 만날 때는 너무 귀엽고 보람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사실 려경씨에게는 태어날때부터 발가락이 하나가 없다는 남모를 상처가 있었다. 그로 인하여 신체적 불균형으로 인한 만성통증에 시달리기도 했고, 그래서 더 운동에 매달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다행히 려경씨는 이제는 극복했다며 자신의 상처를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겉보기에 마르고 왜소한 편이지만 누구보다 주먹에 자신이 있다는 려경씨는 "맞기 전까지는 아무도 내 강함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인생의 한마디로 꼽았다. 려경씨는 자신이 의사와 복싱선수로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갔듯이, 앞으로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연기의 신'으로 꼽히는 배우 이병헌이 마지막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이병헌의 최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블랙 코미디다.

이병헌은 "개봉을 앞두고 떨리는 것은 김혜자 선생님이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면서 "연기라는 건 사람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확신과 정답이라는 게 없다. 시사회 하기 전에 관객 들의 리액션이 어떨까. 불안한 마음이 있고 잠을 설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이병헌은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심각한 장면에 관객들의 웃음이 터졌던 일화를 밝혔다. 충격을 받은 이병헌은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난 관객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알고보니 영화에 몰입했던 관객들의 긍정적인 공감의 반응을 오해했던 것.

출연작에서 함께 공연했던 후배 배우인 '맑은 눈의 광인' 임시완과의 일화도 소개됐다. 아직 친해지기도 전에 집에 놀러가도 되냐는 임시완의 질문에 이병헌은 인사치례로 여기고 승낙했는데 정말로 집까지 찾아와서 당황했다고, 이병헌은 "아주 독특한 캐릭터다. 친화력과 다정다감함과 사람에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는 집중력은 우리나라에서 1등"이라고 칭찬했다.

친분이 있는 유재석은 이병헌은 배우로서의 진중한 이미지와 달리 주변에는 재밌고 유쾌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병헌은 "여전히 신비롭고 싶은 배우"라는 바람을 밝히면서도 "본의 아니게 인터넷에 저와 관련된 밈이 너무 많다"며 한탄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달콤한 인생>.<내부자들>,<아이리스> 등 이병헌의 출연작에서 생성된 명연기와 명장면들은 누리꾼들에 이하여 다양한 패러디와 합성짤의 소재로 재활용되며 끊임없이 웃음을 주고 있다. 작정하고 망가지는 코믹 연기를 선보인 예능 < SNL >  이병헌 편은 조횟수가 217만을 돌파하기도 했다.

정작 이병헌은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성적도 성격도 튀지않고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학생이었다"고 겸손하게 회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학교에서 팔씨름왕을 하고 브레이크 댄스 대회에서 입상할만큼 어릴때부터 끼와 재능은 특출했다고 한다.

이병헌은 대학교 1학년을 다니다가 KBS 캠퍼스드라마<내일은 사랑>을 통하여 데뷔하여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대작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와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의 원조로 꼽히는 조성모의 <투 헤븐> 등 여러 화제작들에게 주연 자리를 꿰차며 당대 최고의 TV 스타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병헌의 연기 커리어가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는 초창기 출연작들이 실패를 거듭했다. 이병헌은 "당시는 영화가 두 편 정도 망하면 그 배우들은 안썼다. 한 선배가 세 편 정도 망하면 '넌 계속 TV만 해야할 거야'라고 걱정했는데 4편이나 망했다. 그런데도 영화가 계속 들어오는 게 신기했다"고 셀프디스를 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5번째 출연작으로 전도연과 공연했던 <내 마음의 풍금>에서 흥행과 연기력 모두 호평을 받으며 이병헌은 드디어 영화계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한다. 이병헌은 <공동경비구역 JSA>, <왕이 된 남자>, <악마를 보았다> <내부자들>등 여러 화제작들을 히트시키며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믿고보는 배우라는 극찬을 받았다.

'연기의 신'이라는 칭찬에 대하여 이병헌은 "그런 칭찬은 계속 들어도 기분이 좋다"고 솔직히 고백하면서 뿌듯함을 드러냈다. <내부자들>의 대표적인 명대사 '모히또가서 몰디브나 한잔 할까"는 리허설 때 이병헌의 애드리브로 탄생했다고 한다.

이병헌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나와 다른 특이한 캐릭터를 맡을 때는 지금도 고민이 많이 된다. 상상을 하면서 연기해야 하니까. 내가 먼저 그 캐릭터에 설득이 되지않으면 절대로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없다"는 연기 철학을 밝혔다.

이병헌은 살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SNS에 남긴다면? 이라는 질문을 받고 "어렸을때의 저를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고백했다. 항상 사진과 영상을 자유롭게 남길수 있는 요즘 세대가 부럽다는 이병헌은 아버지의 영상을 볼 기회가 없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병헌은 자신의 연기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돌아가산 부친을 언급했다. 어릴때부터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광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화와 극장 세계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병헌은 브루스 윌리스 등과 공연했던 헐리우드 영화 <레드2>에 출연했을 당시 극중 캐릭터를 위한 소품으로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실제 영화에서 활용됐다.이를 두고 이병헌은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한 지점이다"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병헌은 "시사회를 하고 너무 신이 났다. 아버지가 정말 할리우드 영화에 사진으로나마 출연하신 것이다. 영화 끝나고 타이틀 롤이 올라갈 때 출연자 목록에 제 이름 다음에 아버지의 성함이 적혀 있었다.너무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병헌은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내가 가장 보여주고 싶은 순간을 분명 어디선가 보고 계실거라고 생각한다"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하지만 이병헌이라는 거물급 배우를 섭외하고 다른 출연자들보다 월등히 많은 방송분량을 몰아줬음에도 내용 면에서는 허술함과 아쉬움이 더 남는 에피소드였다.

이전 <유퀴즈>에 출연했던 배우들처럼 이병헌의 긴 연기인생이나 철학, 대표작들에 깊이있게 집중하지도 못했고, 가십과 친분 위주의 사담이 너무 많이 섞인 장난스럽고 산만한 구성은 기대에 못미쳤다. 더구나 이병헌과 관련되어 출연자가 보여주고 싶거하거나나 이미지 포장에만 치중하고, 정작 대중이 알고 싶어할만한 예리하거나 불편한 질문은 아예 나오지 않은 것은,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의 한계를 드러낸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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