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도 이젠 GDP 비중 소비>수출인데…폭우·폭염 '악재' 겹겹
대한민국에 붙는 '수출로 사는 나라'란 수식어를 이젠 '수출과 소비로 사는 나라'로 바꿔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국가의 생활 수준과 경제성장률을 분석할 때 쓰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민간)가 차지하는 비중이 수출을 뛰어넘으면서다. 소비가 그만큼 중요해졌는데, 폭우·폭염에 이어 태풍 ‘카눈’까지 국내에 상륙하며 경고등이 켜졌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GDP(547조2000억원, 명목 기준)에서 소비(269조9000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49.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수출(240조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3.8%였다. 소비가 GDP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은 물론, 비중도 수출을 역전했다.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수출 비중(49.6%)이 소비(49.2%)를 앞섰다. 하지만 4분기부터 소비(49.2%)가 수출(46.1%)을 앞질렀다. 비중 격차도 4분기(3.1%포인트)보다 올해 1분기(5.5%포인트)에 더 벌어졌다. GDP를 비교할 땐 실질 GDP(물가상승률 감안)를 쓰지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질 때는 명목 GDP(현재 가격으로 산출)를 쓴다. 전현정 한은 경제통계국 과장은 “최근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소비 부문이 GDP에 기여하는 부분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내수가 경제를 이끄는 '소비 대국'인 경우가 많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68.2%, 영국 60.4%, 일본 53.8%, 프랑스 52.6%로 나타났다. 소비 증가가 기업의 매출·생산 증대로 이어져 투자·고용을 촉진하고, 다시 소득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소비 대국’의 경제 선순환 구조다. 한국도 경제 성장에서 내수 소비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선진국형’ 경제 구조로 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소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부쩍 커졌다. 올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 속보치)은 0.6%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0.3%) 역성장을 기록하고 올해 1분기(0.3%) 반등한 뒤, 두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수출투자가 부진했지만, 민간 소비가 경제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한 덕분이다.
문제는 최근 변덕스러운 기후가 내수 상황판에 악재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7월 폭우에 이어 최근 폭염, 그리고 태풍까지 물가 상승을 부추겨서다. 당장 태풍에 민감한 농산물 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 9일 가락시장에서 배추가 2만507원, 양배추가 1만3236원에 각각 경매됐다. 전일보다 32.4%, 13.4% 올랐다.
여기에 최근 배럴당 6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다시 80달러를 웃돌며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10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705.28원을 기록했다. 휘발윳값이 L당 1700원을 넘은 건 지난해 9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여름 휴가철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며 야외 활동이 줄어든 것도 변수다. 그나마 휴가를 떠나더라도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늘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를 다녀온 국제선 승객은 523만명(출발·도착)이었다. 1년 전보다 201% 늘었다. 반면 제주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238만9409명으로 같은 기간 6.3% 줄었다.
코로나19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도 변수다. 최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7개월 만에 6만 명대로 올라섰다. ‘칼부림 테러’ 위협까지 겹쳤다. 사회적 공포를 조장한 만큼 소비 심리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내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내수에만 의존해 경제를 성장시키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소비 진작 대책을 추진하되 최근 미·중 공급망 갈등과 중국 경기 부진 등 외부 요인으로 수출이 쪼그라든 만큼 수출 경쟁력을 계속 키우는 등 두 바퀴를 함께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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