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부 "치의학연구원 설립"…치과계 숙원 풀까
치과계의 숙원 중 하나인 정부 산하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추진이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쏠린다. 여권이 나서 세미나 등을 열며 설립 논의를 본격화하는 모양새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관련 법안 통과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오전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 왜 덴탈시티 대구인가’ 세미나에서 관련 전문가와 국회, 정부는 한목소리로 국립치의학연구원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날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필요성과 요구’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정세환 강릉원주대 치과대학 교수는 구강 건강 관리 측면에서 국가 연구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충치, 잇몸병 유병률이 더디게 감소하고 있고 인구 고령화로 다수가 치아를 상실하고 구강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사회 전체로 보면 구강병의 소득에 따른 불평등도 심각한데 사회적 지원과 대처가 미흡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국립치의학연구원이 필요하다는 게 정 교수 주장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소득 수준 상, 하에 따른 성인 영구치의 우식(충치) 유병률 격차는 최근 10년 새 1.48배에서 1.83배로 올랐다. 심한 치주염 유병률 격차도 같은 기간 1.37배에서 1.75배로 더 벌어졌다.
치과 의료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연구원을 조속히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냈다. 김현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개발혁신본부 본부장은 “치과 의료기기 산업은 국내 핵심 의료산업 분야”라며 “2022년 기준 국내 의료기기 상위 10위 수출 품목 중 치과 관련 품목이 3개”라고 설명했다. “주요국은 유전체 기반 조기 진단, 정밀 의료 등 미래 치의학 혁신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라며 “차세대 치의학 분야에 대한 우리나라 특허는 부족한 상황”이라고도 지적했다. 또 “초고령사회 진입, 치과 요양급여비용 증가 등 여러 사회적 이슈가 있음에도 국가 보건의료 연구개발(R&D) 대비 여전히 적은 규모(21년 기준 전체의 3.0%)로 투자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기초연구(70%)에 치중돼 있어 전주기 지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의학연구원을 세우게 되면 미국의 미국 국립치과·두개안면연구소(NIDCR)를 참고로 해야 한단 제언도 나왔다. NIDCR은 예산 5억 달러 규모로 운영되며 미 전역의 치과대학을 포함한 의료기관들에서 이뤄지는 치의학 분야 기초, 임상, 중개 연구뿐 아니라 전임상시험, 임상시험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조명희 의원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따로 연구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그래서 노벨의학상을 받은 연구자가 우리나라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치의학 연구센터를 세워서 통합적으로 연계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치의학연구원의 대구 유치는 지방 균형 발전을 달성하고 지역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오는 23일 열리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한 이지은 복지부 구강정책과장은 연구원 설립 필요성에 공감하며 “관련 법안 통과와 정책 추진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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