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엇박자'에 다시 늘어나는 가계대출, 못줄이나 안 줄이나
금리 상승으로 꺾일 줄 알았던 가계부채가 다시 늘면서, 금융당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인 가계부채가 고금리에도 증가한다면, 연체율 상승 등 부실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시장 및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오히려 가계대출을 늘리는 엇박자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가계부채 급증에 “정책모기지 축소 검토”
금융위는 올해 초 출시한 정책모기지 공급 축소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영끌족’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한 특례보금자리론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에 이용자가 급증했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31조원이 공급되면서, 올해 전체 예상 공급액(39조6000억원)의 상당액을 벌써 소진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달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인상(0.25%포인트)하고 공급 추이 등을 보면서 속도 조절을 위한 추가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인터넷전문은행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점검한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원리금 부담을 낮춰 DSR 규제를 우회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최근 급증한 인터넷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 소득심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이미 발표한 고정금리 대출 확대 등 가계부채 구조적 개선 노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가계부채 줄인다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가계부채를 낮춰야 한다는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책은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를 유발하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어서다.
우선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규제 완화다. 실제 최근 가계대출은 신규 아파트 매매가격과 거래량이 살아나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수도권 일부 아파트 가격은 전고점에 근접하거나 경신하며 과열 양상까지 보인다. 이런 배경에는 정부가 전매제한 기간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푼 영향이 컸다. 또 특례보금자리론과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등 금융지원을 통해 DSR 우회를 허용한 것도 가계대출 상승을 자극했다.
금감원은 금리 인하 압박,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
이런 금감원의 행보에 통화당국은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 지난 1일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창구지도 등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정책들이 통화정책 기조와 괴리를 보이면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신뢰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장이 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을 ‘창구지도’라고 보고, 이것이 통화정책의 혼선을 키웠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한은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도 가계대출 증가에 한 요인이 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는 올리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시장에 퍼지면서,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키운 것이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경기 부진 우려는 딜레마, “정책 일관성 찾아야”
수출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고, 경기 침체 및 둔화 우려가 가시지 않는 가운데서, 무작정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는 점은 고민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까지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에 대출 규제를 일부 푸는 등 가계부채 증가를 유발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시 반등하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대출 규제 같은 가계부채 축소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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