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피하려 바다로…하와이 초대형 산불에 6명 사망

허리케인 강풍에 불길 확산·진화 어려움
건조한 기후와 변화한 식생도 원인 지목

전례 없던 최대 규모의 화마가 하와이를 덮쳐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불길 피할 곳 없어 바다로 뛰어들어…6명 사망·20명 이상 부상

8일(현지시각) 하와이 마우이 라하이나의 유서 깊은 와이올라 교회 홀이 불에 타고 있다. [사진 출처=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하와이 본섬인 빅아일랜드와 마우이섬 등 2개 카운티에서 전날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허리케인 '도라'의 강풍으로 산불이 크게 번지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 불길로 최소 6명이 숨지고 2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911 응급 서비스마저 끊기고 일부 사람들은 불을 피할 곳이 없어 바다로 뛰어들고 있어 해안경비대가 구조에 나서고 있다.

마우이섬 당국자에 따르면 마우이섬 안에서 발생한 3개의 대형 산불이 계속해서 번지면서 이미 13개의 소도시와 마을에서 전면 대피가 시작됐고, 16개 도로를 차단했다.

현재 비상 대피소에 머무는 주민은 1000여명이다. 1만 4500여 가구에 전기 공급도 끊겼다. 카훌루이 공항에선 항공편 취소 등으로 관광객 2000명이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화상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로 병원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이미 수용 능력을 넘어섰다고도 전해진다. 일부 화상 환자들은 항공편으로 다른 곳에 옮겨 치료해야 하는 실정이다.

하와이 휩쓴 허리케인으로 인한 강풍 영향으로 불길 진압 어려워

라하이나 도심으로 번진 산불.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와이 본섬인 빅아일랜드에서도 여러 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수백채의 주택들이 불길에 휩쓸렸고 수천 명이 긴급 대피했다. 산불 지역의 모든 공립학교는 9일부터 휴교에 들어갔다.

하와이주의 본섬과 마우이섬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실비아 루크 주지사 대행은 "마우이섬의 산불 규모는 역대 전례가 없었던 규모"라고 말했다.

리차드 비센 마우이섬 시장은 "전날부터 허리케인으로 인한 강풍으로 소방용 헬기가 뜰 수 없어서 효과적인 진화가 불가능했다"며 "불을 완전히 진화할 때까지 얼마만큼의 피해가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산불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관계 당국은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건조한 기후와 변화한 식생도 불길 키워…외신, "조 바이든 재난 선언할 듯"

9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고속도로 인근 지역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섬 전체를 휩쓸고 있는 토네이도의 강한 바람과 하와이의 건조한 기후가 합쳐져 산불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발표된 제4차 미국 국가기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하와이와 태평양 제도에서 가뭄 상황은 더욱 극심해졌다.

하와이의 식생 변화도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와이산불관리기구에 따르면 불에 잘 타는 외래종 식물이 하와이 전체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면서 화재 확산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하와이에서 대규모 산불이 잦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국립해양대기국이 포착한 위성 사진을 보면, 8일 오후 북동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와 마우이에서 라나이 너머 서쪽으로 연기를 날려 보내고 있다.

미국 하와이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 9일(현지시간) 새까맣게 탄 마우이섬 라하이나 도심의 모습. 리처드 비센 주니어 마우이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최소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주 방위군과 미국 해안 경비대 등을 산불 대응에 투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마우이 산불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집과 사업체, 지역사회가 파괴되는 것을 목격한 이들과 함께 기도한다"며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달려가는 용감한 소방관과 응급 구조 대원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곧 재난 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라고도 전했다.

한편 현재까지 이번 마우이 화재로 인한 한국 관광객과 한인들의 별다른 피해는 영사관에 보고되지 않은 상태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