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비하' 정진석 실형, 검찰보다 더 세게 나온 법원

곽우신 2023. 8. 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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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악의적이거나 매우 경솔한 공격".... 정진석 "감정 섞인 판단, 항소하겠다"

[곽우신 기자]

▲ 정진석 의원 1심 징역 6개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2023.8.10
ⓒ 연합뉴스
 
"실형이 선고된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 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

허위사실을 유포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5선,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이 10일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정진석 의원은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만약 대법원까지 형이 확정되면 그는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17년 9월 20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에 대해 "노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불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 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정진석 "부부싸움 끝에 스스로 목숨 끊어"

이는 당시 고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가 아는 최대의 정치 보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했던 거라고 본다"라고 말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이명박 정권 국정원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특별 관리'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논란이 있을 때였다.

블랙리스트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박 전 시장은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고소·고발에 나섰고, 이씨 측에서는 이를 문재인 정권의 '정치 보복'이라며 맞서고 있었다. 정진석 의원은 MB정부에서 정무수석비서관까지 지냈을 정도로 이씨와 인연이 있는 인사이다.

정 의원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대 정치 보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가한 것'이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은 무슨 궤변인가?"라며 "노무현을 이명박이 죽였단 말인가? 노무현의 자살이 이명박 때문이란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 당시 '부부 싸움'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 책임이란 말인가? 그래서 그 한을 풀겠다고 지금 이 난장을 벌이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적폐청산 내걸고 정치보복의 헌 칼 휘두르는 망나니 굿판을 즉각 중단하라!"라고 글을 마쳤다.

정 의원의 페이스북 글은 그때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던 검찰은 지난해 9월에야 정 의원을 벌금 5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해 11월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그리고 해당 글이 논란을 일으킨 지 6년가량 지나서 처음으로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법원 "정진석 글은 거짓, 유족들도 엄벌 바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내용은 거짓이고, 정 의원이 그 글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도 없었으며, 그 글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가 훼손됐다"라며 유죄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그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는 공적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웠고, 정 의원의 글 내용은 공적 관심사나 정부 정책 결정과 관련된 사항도 아니었다"라면서 "정 의원의 글 내용은 악의적이거나 매우 경솔한 공격에 해당하고, 그 맥락이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도 없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유력 정치인인 정 의원은 구체적 근거 없이 거칠고 단정적인 표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라면서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들이 큰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고, 노건호씨와 권양숙 여사는 수사 과정에서 정 의원에 대한 엄벌을 바란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라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구형보다 재판부의 판단이 더 엄정했던 셈이다. 오히려 검찰은 지난 6월 정진석 의원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 범행 후 5년이 지났다는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해 달라'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수사는 합리적 이유 없이 매우 느리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라고도 지적했다. "그 때문에 정 의원이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봤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검찰의 주장과 달리 이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지 않겠다"라는 이야기였다.

재판부는 그를 법정 구속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국민 누구든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무죄추정원칙, 법원이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직무상 활동을 제한하게 되는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하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시점에서 정 의원에게 구속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정진석 "받아들이기 어려워... 감정 섞인 판단"

법정에서 나온 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의외의 판단이 나와서 좀 당황스럽긴 하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 일단 존중해야 되는 것"이라면서도 "수긍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다시피 이게 6년 동안 끌어온 사건이고, 2017년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에 파상적인, 말하자면 정치 보복이 문재인 정권에 의해서 자행되고 있을 때"라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당시 발언이 문제의 원인이었음을 호소했다.

당시에도 그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저로서는 누구보다도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겠다'라는 판단에서 페이스북 글을 올리게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그 목적이 전부였지, 내가 노무현 대통령이나 그 가족들의 명예를 훼손한다거나 뭐 마음에 상처를 줄 의도가 전혀 없었던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재판부의) 감정이 섞인 판단이다 이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라며 "항소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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