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신고한 집회 참가자들의 우발적 항의 집회 미신고 집회 아냐"
"개최 경위에 대한 검사 입증 부족"
신고한 집회 도중 함께 집회를 하던 노조원들이 체포되자 경찰서를 찾아가 항의 집회를 한 노조 간부가 미신고 집회 주최 혐의 무죄를 확정받았다.
애초 신고한 집회 장소에서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벌어진 집회였지만 참가한 노조원들의 복장이나 사용된 현수막 등이 앞선 집회와 동일해 우발적, 즉흥적으로 이뤄진 집회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기신고 집회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집회가 아니라는 점에 대한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 참가자 준수사항 위반 및 미신고 옥외집회 주최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모 지역본부장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준수사항 위반 혐의 유죄를 인정,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옥외집회 주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정한 옥외집회 '주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또 "원심의 판단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6조 4항 1호가 정한 '기구', '휴대', '사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김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김씨가 본부장으로 있는 노조 지역본부 산하의 A 지부는 일부 노조원들에 대한 부당 계약해지 철회를 촉구하며 2021년 4월26일부터 5월22일까지 전북 군산의 한 공장 정문 주차장에서 옥외집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으로 집회신고를 했다. 김씨는 2021년 5월8일 노조 부지부장, 지회장 등과 함께 총파업 출정식 집회를 진행하던 중 납품을 위해 여러대의 화물차가 공장 안으로 들어오자 위험 물질인 시너를 바닥에 뿌리고 시너 통을 던져 집회 준수사항을 어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그는 집회 도중 공장 정문을 봉쇄한 노조원 3명이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되자 노조원 20명과 집회 장소에서 15km 떨어진 경찰서를 찾아가 경찰서 후문 앞 민원인용 주차장에서 신고하지 않은 집회를 주최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마이크와 확성기를 이용해 체포된 노조원들을 석방하라는 취지로 구호를 제창한 김씨가 해당 집회를 주최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의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부지부장과 지회장에게는 각각 벌금 50만원, 30만원이 선고됐다.
김씨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은 1심 재판부가 시너를 집시법상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器具)'의 일종에 해당한다고 보고 집회 참가자 준수사항을 위반했다고 본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김씨가 미신고 집회를 주최했다는 혐의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형을 낮췄다.
재판부는 "이 사건 미신고 집회가 기신고 집회와 동일성이 부정되는지 여부, 이 사건 미신고 집회가 사전에 논의돼 준비됐는지 여부 등에 대한 입증이 부족해, 피고인이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채 옥외집회를 주최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같은 날 진행된 기신고 집회 장소와 이 사건 미신고 집회 장소 사이의 거리가 약 15km에 달하는 점, 이 사건 미신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차림새가 통일돼 있었다는 점, 참여한 노조원들의 수가 상당수이고 통솔이 잘 돼 있는 점, 현수막, 마이크가 준비된 점 등에 비춰 이 사건 미신고 집회가 우발적, 즉흥적이라고 보기에 다소 의심스러운 점이 있기는 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검사는 이 사건 미신고 집회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아무런 입증을 하지 않았다"라며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대로 이 사건 미신고 집회가 우발적, 즉흥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혹 그렇지는 않더라도 기신고 집회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신고 집회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집회라면 신고된 집회의 법위를 벗어난 것이지만, 그렇다고 미신고 집회는 아니라는 취지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지역본부장인 사실과 이 사건 미신고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실들만으로 이 사건 미신고 집회를 주최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며 "피고인은 기신고 집회의 주최자도 아니고, 이 사건 미신고 집회가 피고인의 주도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자료도 없다. 이 사건 미신고 집회의 참석자 중 유일 혹은 가장 직책이 높은 간부였는지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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