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 배씨 집행유예…김혜경도 기소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경기도청 5급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배씨 측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황인성 부장판사)는 10일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금지) 및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배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6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배씨는 2021년 8월 2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김혜경씨와 식사한 민주당 소속 의원 부인 3명과 김씨의 수행원 3명 등의 식사대금 10만4000원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해 기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22년 1월 김혜경씨에 대한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및 불법 의전’ 의혹이 제기되자 “후보 가족을 위해 사적 용무를 처리한 사실이 없다” “김씨 대신 호르몬제를 처방받고 전달한 적도 없고, 내가 복용한 약”이라며 2차례에 걸쳐 입장을 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6월 1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의 범행은 계획적인데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지 않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배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법원 “증거 명백한데…반성하는지 의문”
배씨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후 성남시(7급)와 경기도(5급) 공무원으로 임용돼 김씨의 의전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배씨는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6월 12일 열린 18차 공판에선 변호인들이 PPT를 준비해 “김씨와 당 인사들의 식사 자리는 선거법에서 정한 의례적 행위고, 배씨의 입장 발표는 사적 채용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한 말이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배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김씨 대신 식사 대금을 결제한 것에 대해 “(해당 식사 자리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경선 도움을 받기 위한 후보 배우자의 사적 자리인데 피고인이 경기도 공무원을 보내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 대금을 결제한 것은 기부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및 불법 의전’ 의혹에 대해 배씨가 낸 2차례의 입장문에 대해서도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 이재명을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 배우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표한 허위사실은 대선 후보 배우자의 행위에 관한 것으로 중요성이 크고, 언론에 발표될 내용이라 선거에 미칠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거나 변명하는 정도를 넘어 직접 (호르몬)약을 먹었다는 구체적인 거짓 진술까지 해 죄질이 좋지 않고, (공익 제보자 등이 제출한) 명백한 증거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는 등 제대로 반성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검은색 정장차림으로 재판에 출석한 배씨는 재판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배씨의 변호인과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배씨 선고에서 언급된 김혜경…기소되나
1심 재판부가 배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김씨의 기소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는 지난해 대선 관련 선거법 공소시효(9월 9일) 만료를 앞두고 배씨만 먼저 기소했다. 공범 김씨에 대한 공소시효는 배씨 재판 확정 때까지 정지된 상태다.
배씨는 2018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김씨의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거나 타인 명의로 불법 처방전을 발급받아 김씨에게 전달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도 김씨는 배씨의 공범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검찰은 배씨의 업무상 배임 혐의와 김씨의 공모 여부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경찰도 “공무원으로 채용된 배씨가 사실상 김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는 의혹(국고손실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1년 12월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표와 김씨 등을 직권남용과 국고손실 등 혐의로 고발한 사안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을 불송치하기로 결정했지만, 검찰이 지난 3월 재수사를 요청하면서 다시 수사 중이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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