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양평고속도로 논란부른 건 결국 관행

2023. 8. 1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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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고속도로는 2021년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2025년 착공, 2031년 완공이 목표였다.

양평고속도로 문제에서 드러난 사실은 대형 국책사업도 간단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친 뒤에는 정부가 자의적으로 노선을 바꿔 시행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책사업의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절차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만이 아니라 사전 타당성 조사와 본격적인 타당성 조사까지 2단계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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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고속도로는 2021년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2025년 착공, 2031년 완공이 목표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무책임한 야당의 의혹 제기에 사업을 더는 할 수 없게 됐다는 이유다.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하는 대목은 당초 양평군 양서면으로 계획되었던 종점이 개정안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선산이 있는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의혹에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어떤 방안이 더 나은지도 아직 확실하다고 할 수는 없다. 여기서 얘기하려는 건 그런 주제가 아니다. 현행 예비 타당성 제도의 한계와 국책사업 추진방식의 문제다.

의혹의 제기는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고속도로의 노선 변경 때문이다. 착공 전에 더 좋은 방안을 찾았다면 바꾸고 설명하면 된다. 노선 변경은 야당의 주장처럼 이례적일 수도 있고 정부의 설명대로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해서 설명해야 할 필요가 없는 건 아니다. 왜 바뀌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양평고속도로 문제에서 드러난 사실은 대형 국책사업도 간단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친 뒤에는 정부가 자의적으로 노선을 바꿔 시행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관행이 자리 잡은 데는 국회의 방관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타당성 조사의 결과와 관계없이 때로는 정치적인 이유로 예산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쉽게 일하려는 정부와 그 틈이 제공하는 기회를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방치가 만든 관행이다. 이런 관행이 의혹과 정쟁을 낳는다.

예비 타당성 제도의 시행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도입의 원래 목적에 맞게 여러 대안을 놓고 비교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2019년 4월부터 다른 대안과의 비교 없이 단일 안에 대해서만 작업하도록 조사범위를 축소해버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최적의 고속도로 노선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대안을 놓고 치밀하게 모든 측면에서 비교와 분석을 거친 뒤 최선의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국책사업의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절차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만이 아니라 사전 타당성 조사와 본격적인 타당성 조사까지 2단계가 더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하지 않았다면 다른 단계에서라도 여러 대안을 비교하고 가장 좋은 방안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이유로 국책사업을 백지화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오로지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는 이유로 원안만을 고집하는 것도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국책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국민이 낸 세금이다. 최선의 방안을 찾는 건 예산을 쓰는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고속도로 노선을 결정하는 데 어느 것이 가장 타당한 노선인지 결정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경제성과 함께 교통 분담 효과, 기술적 문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여기에 주민들의 의견까지 수렴해서 정하면 된다. 타당성 조사는 그걸 알기 위해 하는 일이다. 당연히 누구의 땅이 어디에 있는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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