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방시대" 약속했지만…잼버리로 드러난 '지자체 리스크'
‘지방 시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현 정부의 주요 국정 목표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전국 17개 시·도지사가 참석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중앙의 권한을 과감하게 이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 뒤 재정과 권한을 함께 지방에 내려보내는 ‘중앙권한 지방 이양 추진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새만금 잼버리 사태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으로 대통령실과 여권 내에서 ‘지방 시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도 참모들에게 수차례 답답함을 드러냈다고 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0일 “대통령이 지자체에 재정과 권한을 다 내려줘도, 사고가 나면 중앙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지방자치의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잼버리 사태는 국민 세금 60%를 쓰고 있는 지자체 내부의 도덕적 부패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잼버리 사태’를 둘러싸고 전북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행사를 유치하고 주관한 건 전북도인데, 이를 지원한 여가부 등 중앙정부에 책임론이 전가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잼버리를 주도한 역대 전북지사가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철저히 챙겨볼 것”이라며 “지방정부가 돈과 권한을 가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것이 지방자치의 기본원리”라고 지자체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자체 공무원이 잼버리 유치 예산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과 관련해 “국민 혈세를 흥청망청 관광으로 퍼다 쓴 것은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잼버리 현장에서 수습을 주도한 것도 중앙정부였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총리 관사에 있던 비누까지 들고 와 잼버리 화장실을 채웠다. 화장실 불시 점검도 수차례 하며 변기도 직접 닦았다. 한 총리는 전북도 등 지자체가 공무원을 소집해 화장실 청소를 시키려 하자 “전북도 내 건물 청소 용역을 맡은 업체에 당장 연락하라”며 질책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장을 지키겠다던 전북도지사는 총리가 화장실을 점검할 때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지자체장 리스크’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건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달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참사’ 때도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발언과 수해 대처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김 지사는 특히 희생자 빈소를 찾은 뒤 “골든타임이 짧은 상황에서 사고가 전개됐다. 제가 거기(현장)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말해 유가족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 9월 강원도가 촉발한 ‘레고랜드 사태’를 진화한 것도 대통령실과 중앙 부처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야당이 제기하는 ‘여가부 책임론’에 대해 “여가부의 인력과 예산으론 잼버리를 주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같은 책임 전가가 반복된다면 지방정부 행사에도 중앙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방자치 비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우동기 균형발전위원장은 “잼버리 사태가 지방자치를 퇴행시켜서는 안된다”며 “위기 상황에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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