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행 단체 관광 전면 허용…‘사드 사태’ 이후 6년여 만

2017년 3월 사드 보복 조치로 중단
중국행 비자발급시 지문 채취도 연말까지 중단
한국 여행·면세 업계 등 기대감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10일 서울 중구 명동에 '명동을 즐기세요'라는 문구가 영어와 중국어로 적혀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2017년 3월 사드(THAAD) 사태로 중단했던 한국행 단체관광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10일 한국 미국 일본 등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여행사 경영 회복 관련 중국 공민의 국가 및 지역 방문’ 3차 명단에는 한·일을 비롯해 미얀마·튀르키예 등 아시아 12개국, 미국·멕시코 등 북중미 8개국, 독일·폴란드 등 유럽 27개국, 콜롬비아·페루 등 남미 6개국, 호주·파푸아뉴기니 등 오세아니아 7개국, 알제리·튀니지 등 아프리카 18개국이 포함됐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뒤 지난 1월 가장 먼저 태국·인도네시아 등 20개국으로 향하는 단체여행을 허용했고 3월에 베트남·프랑스 등 40개국을 추가했다. 이번 발표까지 합하면 총 138개국으로 코로나 탓에 제한됐던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이 전면 자유화된 셈이다.

문화여유부는 “여행사가 단체관광을 시범적으로 재개한 이후 여행시장이 안정적이고 질서정연하게 운영돼 교류 협력을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국제 여객 항공편이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 의향도 높아지고 있다”며 “관광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단체여행 국가 및 지역 범위를 더욱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 발표 직후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에선 해외여행 상품 검색량이 수십배 폭증했다.

앞서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여행을 사실상 금지했다.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중국 여행사들이 일제히 한국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후 한국행 단체 관광이 일부 재개됐지만 2020년 1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완전히 막혔다. 중국은 접경 지역을 봉쇄하고 외국인 관광 비자 발급 중단, 자국민 해외여행 전면 금지 조치 등을 시행했다.

한국인이 중국 비자를 발급받는 절차도 간소화될 전망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전날 한국에서 중국행 비자를 발급 받을 때 거쳐야 했던 지문 채취 절차를 올해 12월 31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상무(M), 여행(L), 친척방문(Q), 경유(G), 승무(C) 비자에 한해 적용된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2021년 1월부터 모든 중국 비자 신청자를 대상으로 지문을 채취해 왔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한·중간 인적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이 사증 발급 절차를 간소화한 건 경기 침체 속 외국인 투자 및 관광객 유치를 위한 성격이 짙다. 번거로운 사증 발급 절차는 외국인들이 중국행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또 올해 상반기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방문한 외국인 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급감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져 대외 개방 의지를 강조할 필요도 있었다는 평가다.

국내 여행·항공·호텔·면세 업계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9월 29일)과 국경절(10월 1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예정돼 있는 만큼 중국인 관광객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할인 행사를 준비하는 등 손님 맞이에 들어갔다. 중국인 관광객은 한때 연간 800만명(2016년)을 넘어 전체 외국 방문객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지만 사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급감해 올해 상반기 54만6000명을 기록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