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 상실 강서구청장을 어찌할까', 고민 깊은 국힘
[곽우신 기자]
▲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된 김태우 강서구청장(전 검찰 수사관)이 2022년 8월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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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입장이 없다." -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국민의힘이 자당 소속으로 당선됐으나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형이 확정돼 직을 상실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에 대해 '입을 꾹 닫고' 있다. 김태우 전 구청장은 이번 광복절 특사에 포함되며 특별사면 대상이 됐다. 아직 최종 확정은 아니지만, 법무부의 건의를 굳이 용산 대통령실이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지 100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수사관 출신 여권 정치인에게 일종의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우 전 구청장이 제17대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 직을 잃게 되면서, 강서구는 오는 10월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판결에 관해서도, 사면에 관해서도 아무런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0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특별히 당에서는 입장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참고로 말씀드리면 전국에 기초지방자치단체가 226개에 달하는데, 그 중 1개 지방자치단체의 보궐선거를 가지고 중앙당이 입장 낸다는 것 자체가 맞지도 않다"라며 "사면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사면의 적절성에 대한 추가 질의가 있었지만, 강민국 대변인은 "전국에 226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있는데 강서구청장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이유도 없고, 사면 부분도 전혀 저희들이 의논한 바 없다"라는 답만 반복했다.
"강서구는 226개 자치단체 중 하나... 입장 표명 안 맞아"
여당이 강서구에 대해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하나'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우선 재보궐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를 낼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당규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하여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당해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당 소속 정치인이 원인을 제공한 보궐선거이므로 '무공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선례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4월 5일 치러진 경상남도 창녕군수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자당 소속이었던 김부영 전 창녕군수가 선거인 매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극단적 선택을 해 벌어진 선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태우 전 구청장의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도 아니고, 재임 기간 중 비리도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파견되었던 그는 지난 2018년, 당시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해 주목을 받았다. 그가 폭로한 사안 중 일부는 사실로 확인되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관련자들이 유죄 확정되기도 했다.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그를 공익 제보자, 내부 고발자로 추켜세웠다.
하지만 검찰은 그가 폭로한 16건 중 5건은 공무상 비밀이기 때문에 누설해서는 안 되는 건이라 판단해 그를 기소했다. 법원에서도 이 중 ▲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 ▲특감반 첩보 보고서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까지 모두 4건은 공무상 비밀로 인정했다.
또한 당시 김태우 전 구청장이 개인 비리 혐의로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조사를 받고 있던 점도 고려됐다. 1심 법원도 "피고인의 누설 동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엿보이고, 객관적 사실에 추측을 더해 전체를 진실인 양 언론에 제보했다"라고 지적했다. 공익 목적이 아니라 본인의 개인 비위를 덮기 위한 폭로로 의심된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도 좋지 않다"라는 법원의 판단은 이후로도 변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 5월 18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보궐선거 후보 공천 아직 결정 못한 여당
국민의힘은 김태우 전 구청장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오히려 이를 정치적 치적으로 삼아 그를 공천했다. 김 전 구청장이 후보로 나서는 데 대해, 선거를 준비해왔던 지역 당원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반발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후보를 무공천하게 되면, 강서 지역 당원들의 이같은 반발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특별사면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본래라면 피선거권이 박탈되어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번 사면으로 김 전 구청장은 강서구청장 자리에 재도전할 수 있게 됐다. 본인도 이번 판결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도전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국민의힘이 후보를 무공천 한다면, 김 전 구청장에게 무소속으로 출마할 길을 열어주는 셈이 될 수도 있다. 그를 다시 공천해 기회를 준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강서구청장 선거를 아예 포기한다는 선택지도 쉽지 않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유일하게 치러지는 선거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민주당으로부터 다수당을 탈환해야 하는 서울 선거의 전초전이 될 수도 있고, 민심의 동향을 파악할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
동시에 여권 내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굳이 이번 선거로 위기론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는 계산도 깔린다. 선거를 뛸 경우와 안 뛸 경우의 이해득실을 두고 국민의힘의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적인 측면도 고려" vs. "후보 안 내는 건 질까봐 안 내는 것"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실무적 측면에서 논의된 사항이고 그게 확정되거나 그런 게 아니지 않느냐?"라며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정확하게 언론상 이외에는 알 길이 없다"라고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 진행자의 말에도 "정치적인 측면도 고려가 될 수 있을 거다. 여러 가지 법리적인 측면, 모든 것을 바라보겠다"라며 "지금 사면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미리 얘기하는 것은 성급한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무공천 여부에 대해서도 "성비위라든지 심각한 문제가 있었을 때는 무공천하는 케이스도 있다"라며 "이 사건에 대해서는 거기에 해당이 되는 건지, 그 정도에 준하는 건지는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고만 이야기했다.
반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수도권에서 그렇게 위기가 아니라면 말 복잡하게 할 것 없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 내고 성적을 받아보면 될 것 아닌가?"라며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승복하기 어려우니 김태우 전 구청장을 바로 사면 시킨다면 애초에 잘못이 없는데 무공천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수도권 지역에서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하던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이기면 거꾸로 인재가 몰려들 것이니 본인들의 인식과 판단이 맞다면 무조건 후보를 내고 선거에서 성적표를 받아봐야 된다"라며 "안 내는 건 그냥 질까봐 안내는 거밖에 안 된다"라고 날을 세웠다. "선거까지 몇 달 안 남았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안 어려운 척 하는 건 그냥 무책임한 시간끌기"라는 주장이었다.
"대법원 판결 부인하는 반헌법적인 행동"
전날 한민수 대변인 명의로 "대통령의 사면권을 이용한 법원 판결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 평한 민주당은 이날도 공세를 이어갔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대법원 판결을 부인하는 행위는 삼권분립인 우리나라 체제에서 반헌법적인 행동"이라고 날을 세웠다.
강선우(강서갑)·진성준(강서을)·한정애(강서병) 등 서울 강서구가 지역구인 민주당 의원들도 "광복절 김태우 사면은 법치주의의 난폭한 유린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대법원 확정 판결 후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사면권의 남용으로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자 법치주의의 난폭한 유린"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불순한 의도를 갖고 공무상 비밀 누설의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 법무부가 '특혜사면'을 건의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대법원 확정 판결에 즈음해 김태우 전 청장은 '8·15 때 사면·복권을 받고 보궐선거에 출마해 반드시 돌아온다'고 공언해 왔다고 한다"라며 "김태우의 예언인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구상인지 모를 정치권의 소문이 마침내 실행되는 것이라면 이는 60만 강서구민을 능멸하는 참으로 뻔뻔하고 무도한 작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끝내 사면권을 남용한다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상식적인 국민의 거대한 저항에 부딪쳐 반드시 심판받고야 말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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