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때문이야" 정치, "하겠다" 정치로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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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치는 없었다.
과거에 국민이 정치에 희망을 갖던 때가 있었다.
어느 때부턴가 우리 정치에서는 "내 탓이오"가 사라졌다.
"하겠다"는 긍정의 정치로 먼저 변하는 쪽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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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치는 없었다. 과거에 국민이 정치에 희망을 갖던 때가 있었다. 드문 경우였지만 분명 있었다.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믿음을 줬던 정치인들이 있었고, 그들이 내건 비전이 가슴을 설레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비록 한때였지만, 여야 구분을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대중의 바람이 응축돼 분출했다. 각각의 지지 세력이나 양상은 달랐지만, 그것은 '바람(風)'으로 상징화됐다. '昌風(창풍·이회창 바람)' '盧風(노풍·노무현 바람)' '安風(안풍·안철수 바람) 등이다. '바람'이 내세웠던 '깨끗한 정치' '지역감정 해소' '새 정치' 비전은 구체성이나 실현성을 떠나 시대 정신을 대변하는 키워드였다.
지금은 어떤가. 국민이 마음 둘 곳이 없다. 차악(次惡. 최악보다는 나은 악)을 선택하는 것이 정치라는 말도 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사치스러워 보일 정도다. 정치판을 정말 한 번 확 갈아엎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마음을 조절하지 않으면 화병이라도 날 것 같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정치 민주화가 되기 전에는 정권이 바뀌면 우리 사회가 한 발 한 발 나아간다고 믿었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러나 몇 번의 정권 교체를 겪은 지금 되돌아보면 정치 분야에 관한 한 그건 아닌 것 같다. 21대 국회가 특히 그렇다. 퇴행적이다. 정치의 배신이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권력 투쟁' '갈등 해소' '결과물' '타협과 조정' '말' '바른 것' 등 정치를 규정하는 숱한 단어 가운데 지금 우리 정치에는 '투쟁' '갈등'만이 있는 것 같다. 증오하고 멸시하는 정치, 상대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렸다고 하는 정치, 책임만을 따져 묻는 네 탓 정치, 반성은 없고 주장만 있는 정치가 만연해 있다. 이것이야말로 척결해야 할 정치 문화다.
어느 때부턴가 우리 정치에서는 "내 탓이오"가 사라졌다. 국민의힘은 무슨 일만 터지면 "문재인 정권 탓이다"라며 전 정권에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탓이다"라며 현 정권을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현 정권이 모두 관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세상일이란 것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내 허물은 보지 않고 남의 허물만 보려고 하니 이렇게 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책·이슈에 있어서 주도력이나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눌린 탓인지 색채가 없이 무기력하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당무에 복귀한 김기현 대표가 내놓은 첫 메시지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더불어민주당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민주당을 비판한 것이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리더십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이재명 대표는 물론이고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노인 폄하' 발언 등을 하며 스스로 위기를 키웠다. 대선 패배 이후 혁신하기는커녕 늪에 빠져 계속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다. 대안 세력으로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이재명 대표의 거취 문제다.
지금 여야는 적대적으로 공생하고 있다. "하겠다"가 아니라 "때문이야" 경쟁을 하고 있다. 격변기에는 큰 게 아니라 빠른 게 이긴다. "하겠다"는 긍정의 정치로 먼저 변하는 쪽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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