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잼버리가 끝나도...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들

김주영 2023. 8. 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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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의 사회 포커스] 기후위기 경고: 새만금 잼버리 대회와 재난위기관리 현실과 과제

[김주영 기자]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이 비어 있다.
ⓒ 연합뉴스
 
많은 논란 끝에 새만금 잼버리 대회 158개국 참가자 모두 전북 부안 야영지를 떠나게 됐다. 시작은 폭염이고 끝은 태풍이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세계 잼버리에서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열사병에 걸림 : 한국 폭염과 불충분한 그늘로 청소년들이 어려움을 겪는 중"(23.8.3)이란 기사를 냈다.

탈출 선봉은 영국이었다. 맷 하이드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는 그동안 네 가지 문제에 대해 - 폭염 대비 그늘막 미비, 열악한 위생과 식사(부패, 채식 옵션 등), 불충분한 의료 서비스 - 주최 측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고 BBC 인터뷰(2023.8.7)에서 밝혔다. 상황을 주시하던 영국대사관은 영사들을 급파했고 문제를 확인했다. 이 외에도 여러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대회 종료 후에도 논란은 계속될 것이고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것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꼭 다뤄져야 할 것이 있다. 매년 더 심해질 폭염과 태풍, 나아가 기후위기 적응에 관한 얘기다.

잼버리 대회 : 기후변화 적응 관점에서 바라보기 

과학자들은 올해도 기후위기 심각성을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 보도(23.7.25)에 따르면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보다 유럽은 2.5℃, 북미는 2℃, 중국은 1℃ 상승 및 폭염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극심한 폭염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보고서를 통해 수십 년 간 학계에서 경고한 기후변화 현상 중 하나다. 

만약 "폭염이 없었다면" 새만금 행사는 어땠을까? 이 가정은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탕화(Global boiling)에 직면한 현 인류에겐 무의미하다. 당장 화석연료 사용하지 않는 산업혁명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도 지금까지 대기에 배출된 온실가스 배출 누적량으로 기후변화(파리)협약에서 마지노선으로 정한 지구온도 1.5℃ 상승폭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과학계 중론이다. 따라서 신 기후시대를 맞이해 인류는 생존을 위해 적응(adaptation)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영국과 미국 연맹의 철수 사태는 이번 행사가 기후위기 적응(재난위험경감) 측면에서 실패했다는 반증이다. 세계 잼버리 대회는 "전 세계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화와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리더십과 생활력을 향상하는 교육 행사"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아웃도어 캠핑이다. 참석자 수가 '만' 단위다 보니 입지 선정 단계부터 많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4년 전 행사를 유치한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애팔래치아 산맥을 낀 산의 도시(mountain state)란 별칭이 있다. 우리나라가 1991년에 유치한 제17회 세계잼버리 행사 장소인 강원도 고성과 유사한 지역적 조건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물론 산등성이 야영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스카우트 대원의 핵심가치 중 탐험 - 다양한 경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2027년 개최예정인 폴란드 그단스크는 발트해 항구도시다. 여름철 평균온도 24℃의 선선한 해변에서 15분 도보 거리에 물이 흐르고(관개수로) 숲에 둘러싸인 300헥타르 초지에서 '대규모 캠핑'이 치뤄진다. 폭염-폭우 재난위험경감(Disaster Risk Reduction) 측면에서 최소 자연적 조건은 충족된 셈이다. 

한편 국내 잼버리 행사장은 원래 갯벌이던 곳을 매립한 새만금이다. 간척지라고 원천 배제할 필요는 없다. 2015년 세계 잼버리 대회 장소는 일본 야마구치현 내 간척지였다. 단, 기후위기재난 위험을 경감시킬 자연적 수단이 부재 시 (예산은 더 들겠지만) 기술과 자본력으로 메우면 된다. 그러나 새만금 부지는 행사 직전까지 '비만 오면 물바다'가 되고 그늘 하나 없는 상태로 전 세계 손님 맞이를 했다. 결국 전국 폭염 위기경보 발령 속에 전북 새만금 캠핑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텐트 설치 등 야외활동이 집중된 초기 사흘 간 무려 700여 명의 열사병과 탈수 증상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과거 잼버리 대회보다 2배 이상 많은 환자 수였고 연이어 위생시설과 의료진 부족 문제까지 터져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위기가 보건문제로 비화되는 상황의 대응 일환으로 <기후변화 대응 식수위생전략 2018-2025>(Addressing climate change: supplement to the WHO water, sanitation and hygiene strategy 2018-2025 (WHO, 2023))을 마련해 놓고 있다. 

도마에 오른 한국의 기후재난경감 관리 능력
 
▲ 떠날 준비하는 영국 스카우트 5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그늘막 아래 가방을 쌓아두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럼 우리 정부는 국가 메뉴얼도 없고 문제 인식조차 못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번 잼버리 국제행사 준비과정은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주재하에 기반시설 설치와 지원은 전라북도(지자체)가 재난안전은 행정안전부(중앙)가 맡았다. 행안부는 이미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20~2024) 문건 내 "<4-3>기후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 <3> 기후변화에 대한 역량 강화 - <다> 범정부 폭염 대응 강화" 부분에 명시한 것처럼 폭염 대응 메뉴얼이 존재한다.

또한, 해외 답사를 다녀온 몇몇 관계자는 "새만금 대회장의 경우 간척지 특성상 뜨거운 햇볕을 피할 나무가 없다는 점이 큰 문제로 다가올 것(농식품부)", "매립지에서 대회가 열리는만큼 적절한 배수시설 설치 필요(새만금개발청)"이라고 정확히 문제를 파악한 후 개선안을 냈다.

재난관리 메뉴얼도 있고 관계자 간 문제인식도 공유했으나 미반영된 이유는 조사가 필요하다. 보통 실무자 권한 밖의 결정권자들 간 '이해관계 조정 난항 및 비용 문제'에 봉착해 모두가 손을 놨을 공산이 크다고 본다. 결국 재난관리는 말잔치로 끝났고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 상황에서 폭염 직격탄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받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쿨링텐트, 냉장냉동탑차 무제한 공급 및 식사/화장실/샤워실 개선 등을 일일이 열거하고 "모든 부처에 총력을 다해 즉각하라"는 메시지가 나오자 캠핑장 상황이 개선됐다. 38℃까지 솟구친 폭염 상황에 대한 대응은 진작에 가능했다는 반증이다. 물론 이런 신속한 노력도 열대성 태풍 '카눈'의 북상 소식 앞에선 무용지물이 됐다.

2023년 새만금 잼버리는 폭염을 시작으로 태풍까지 겹치며 신 기후시대를 맞은 현재와 미래세대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시각 한반도를 향하고 있는 태풍(typhoon) '카눈'은 바닷물의 따뜻한 해류로부터 증발한 수증기가 상승 기류 압박을 받아 나타나는 일반적인 자연 현상이다. 허나 시기가 좋지 않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7월 초 지구 온도 기록 상 가장 더운 한 주를 기록했고, 육지와 해양 온도 기록 경신이 지속 중이라 발표했다. 역대급으로 뜨겁게 달궈진 바다에서 탄생한 '카눈'의 파괴력은 미지수다. 일본에선 전력공급 중단과 대피 명령이 떨어진 상태다. 우리 정부의 즉각적인 대피(evacuation) 결정은 적절했다.

세계 청소년들은 이번 2023 잼버리 대회에서 무엇을 얻어갈까? 대한민국 일원으로서 한국의 준비 미흡보단 폭염과 태풍으로 인한 기후위기 심각성을 인지한 계기가 됐으면 싶다. 한편 우리 정부는 태풍 카눈 상황에서 긴급 대피된 3만7000여 명의 회복탄력성(resilience) 함양과 새만금 못지 않은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서 지적한 그간 문제점: <사고원인조사-환류 시스템 실패로 유사재난 재발의 악순환 초래>를 되풀이 해선 안 된다. 행사 종료 후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과정을 점검하고 백서 발간으로 재난위험경감 및 기후변화 적응 전면 검토가 필요하다. 

[참고자료]
1. BBC (2023) All scouts leaving South Korea camp as storm looms
2. Guardian (2023) Deadly global heatwaves undeniably result of climate crisis, scientists show 
3. GDAŃSK AND JAMBOREE SITE | POLSKA 2027 WORLD SCOUT JAMBO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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