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단위 숨막히는 스케줄… 젊은층이 ‘갓생’을 사는 이유 [별별심리]
읽기만 해도 숨 막히는 이 일정은 ‘갓생’ 사는 어느 20대 직장인의 하루 일과다. 구체적인 일정은 요일별로 다르지만,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고 쪼개 쓰는 건 매일 똑같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렇게 살면 힘들지 않냐’고. 힘들지만 힘들지 않다. 다른 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신(God)의 삶(生)을 살고 있으니까.
◇새벽부터 밤까지… 운동, 독서, 공부 등 자기계발에 투자
갓생은 신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다.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생, 다른 사람에게 모범이 되는 인생을 의미하는 말로, 2~3년 전 즈음부터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갓생 사는 이들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가히 ‘갓’이라 부를 만하다. 일단 출근 또는 등교 2시간 정도 전에 일어나 운동, 독서, 명상, 공부 등 자기계발 시간을 갖고, 퇴근·하교 후에도 부지런히 자신만의 ‘갓생 루틴’을 실천한다. 그들에겐 출퇴근·등하교길, 점심시간도 자기계발에 쓸 수 있는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다. SNS나 유튜브에서는 젊은 층의 이 같은 각양각색 갓생을 확인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하루를 쪼개고 쪼개 쓰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시절 부지런했던 삶과 지금의 갓생은 여러 차이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성공과 같은 큰 성과보다는 소소한 성취감과 행복, 건강, 지식 습득 등을 통해 스스로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부나 아르바이트 외에 운동, 명상, 동호회 활동 등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SNS로 하루 일과를 공유하고 서로 응원하거나 의견을 주고받는 것 역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압박·불안 시달리는 젊은 층… ‘갓생’ 살며 성취감 느껴
하루를 꽉 채워 쓴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갓생을 사는 이들 역시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오늘 하루 갓생 사느라 힘들었다’며 고충을 토로하곤 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갓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갓생 유행에서 여러 사회상이 엿보인다고 진단한다. 지금 사회는 무한 경쟁과 끊임없는 비교 속에 성공의 문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웬만해선 성취감 또한 느끼기 어렵다. 이로 인해 누군가는 좌절하고 누군가는 불안·압박감에 시달린다. 코로나19 이후 현실은 더욱 녹록치 않아졌고,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은 다시 미래를 생각해 자기계발에 시간과 노력을 쏟기 시작했다. 최근엔 욜로족조차 욜로를 위해 갓생을 산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과거와 달리 개인 이력뿐 아니라 건강, 취향까지도 24시간을 쪼개서 철두철미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고 있다”며 “계속된 비교로 인해 남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행복도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갓생은 소소한 일에 성취감을 느끼고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면서 삶의 만족도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갓생은 사회적으로 큰 성과를 얻기 힘든 상황에서 자기 통제를 통해 작은 성과와 성취감을 얻고, 스스로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움직임”이라며 “SNS에 갓생을 공유하는 모습에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자기 통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과 자신 또한 대세를 따르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심리도 담겼다”고 말했다.
◇보여주기·따라하기 식 경계 필요… 달성 가능한 목표 세워야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갓생을 사는 이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갓생을 채우는 활동 또한 갈수록 다양해질 전망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모자라 남는 시간까지 자기계발에 쓰는, 그런 부지런한 삶을 누구도 나무랄 수 없다. 다만 지나친 보여주기 식, 따라하기 식은 경계해야 한다. 이는 갓생이든 인생이든, 욜로든 소확행이든 마찬가지다. 구정우 교수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포장하다보면 행복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까지도 느낄 수 있다”며 “계속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모든 영역에서 잘 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관리할 수 있는 영역만 잘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갓생의 매력은 계획을 실천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 만족, 행복 등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큰 계획이 아닌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큰 목표를 좇다가 실패하면 오히려 더 큰 무력감에 빠지기 마련이다. 임명호 교수는 “작은 성취감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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