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칼부림’에 국민 정신검사 확대되나…‘사법입원’도 속도
‘묻지마 칼부림’ 정신질환 범죄가 잇따르면서 전 국민 정신건강관리를 위한 정치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전 국민의 마음 건강을 챙기기 위한 국가적 서비스를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관련 부처가 대책 마련에 착수한 가운데 여권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를 방문해 “일련의 사건의 피의자 공통점을 살펴보면 정신질환을 앓다가 치료를 중단했다는 것”이라며 “복지부가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한다는데 당에서도 정신질환자들이 꾸준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서현역 칼부림 사건 피의자와 4일 대전 교사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는 각각 조현성 성격장애와 조현병을 진단받은 전력이 있다.
여권에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검진 전면 도입 주장도 이미 나온 상태다. 지난해 6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하는 정기건강검진에 정신검사를 추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국가가 주관하는 정신건강검진은 20세 이상을 대상으로 10년에 한번씩 우울증 설문검사를 하는 게 전부다. 이를 대폭 확대해 만 19~64세 국민건강보험 가입자가 2년마다(비사무직은 매년) 정신검사를 받도록 하자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대선 당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정신질환으로 확진된 경우 의료비의 9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신검사 확대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크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검사결과 신뢰성, 인권침해 소지, 사후 관리 어려움 등의 문제가 있다”며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정신건강 검진을 확대하는 것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고 윤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만큼 예산을 확대하면 획기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가 일본을 따라가는 것을 보면, 일본에서 발생하는 정신질환 범죄가 우리나라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며 “윤 대통령도 말씀하신 만큼 전 국민 정신건강검진제도가 빨리 확립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검토하고 있는 ‘사법입원제’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 현재 강제입원의 대부분인 ‘보호입원’은 가족 등 보호 의무자 2명의 동의와 정신건강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이뤄지는 반면 사법입원의 결정 주체는 사법기관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원 취지가 충분히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인권 존중에 대한 보완책도 세심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사법입원제 도입에 대해선 찬성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한 한국조현병회복협회·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등은 사법입원제에 찬성하는 상황이다. 신 의원은 “정신질환자의 가족에게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면 안 된다”며 “중증 정신질환자의 조기발견, 조기치료, 적정한 외래와 입원치료, 재활과 사회복귀까지 일련의 과정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보다 보편적으로 정신 상담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데 정치권에서도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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