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스라엘 수교…美 중동 패권 되찾나

조유진 2023. 8. 10.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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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중재하고 있는 미국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양국의 국교 수립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 중재에 나선 것은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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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중재하고 있는 미국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양국의 국교 수립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 패권 경쟁의 핵심 전장이 된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사우디의 외교 관계 정상화가 현재 세부 조율 단계에 있다며, 9개월~1년 이내에 정식 수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 중재에 나선 것은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지난 3월 중국이 주도한 물밑 협상 끝에 사우디와 이란이 7년간 단절됐던 외교 관계를 복원한 것이 미국에 큰 타격이 됐다. 오랜 우방이었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가운데 중국이 중동에서 세력을 급속히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자 미국은 다급해졌다.

이후 지난 5월부터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사우디로 날아가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성사시키기 위해 힘을 쏟았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수교에 대한 대가로 바이든 행정부에 상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방위 공약과 함께 미국의 무기 수출 제한을 최소화하고, 민간 분야 원자력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고 기술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내부에선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 경우 결국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면서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회담을 계기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우디의 민간 분야 원자력 개발 문제와 미국의 안전보장 문제에 대한 논의가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최근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산하고 있는 중국 문제도 협상 안건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출범을 위한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 미국은 사우디에 '중국과 경제·군사적으로 거리를 두겠다'고 약속하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WSJ은 전했다.

사우디 영토에 중국의 군사기지 설치를 금지하겠다는 확약과 함께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제품 사용 제한, 위안화 결제 중단이 미국의 요구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국은 사우디의 원유 생산 감축 탓에 빚어진 갈등도 해소하자는 입장도 전했다.

협상 타결의 가장 큰 장애물은 팔레스타인 문제다. WSJ은 이 문제에 대해 이스라엘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협상이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협상 진전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신중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아직 협상 과정에서 갈 길이 멀다"며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프레임워크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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