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에 '오염수 방류 반대'... 그 시의원이 소송 나선 이유
[이희동 기자]
춘천시 나유경 시의원 행정소송의 전말
지난 7일 춘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나유경 의원은 김진호 춘천시의장을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를 주장하는 행정소송을 접수했습니다. 지난 7월 21일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나유경 의원에게 내린 '경고' 처분을 28일 본회의에서 확정한 지 열흘 만이었습니다.
▲ 지난 6월 노트북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절대 안 됩니다’라는 문구를 부착한 채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는 나유경 춘천시의원 |
ⓒ 춘천시의회 |
갈등은 다음 날에도 계속됐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문구를 떼는 대신, 김보건 위원장은 나 의원에게 '문구를 떼지 않으면 발언권을 주지 않겠다'고 고지했고, 실제로 오전 내내 발언권을 주지 않았습니다. 나 의원은 부당함을 호소했으나 위원장은 꿈쩍하지 않았고, 나 의원은 어쩔 수 없이 문구를 떼고 감사를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의회에는 윤리특별위원회(아래 윤리위)와 관련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나 의원이 회의 질서유지에 반했으니 윤리위에 징계 회부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열렸는데요. 위원회는 나 의원의 행위에 대해 유감만 표할 뿐, 징계사안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나 의원에 대한 윤리위 징계 회부는 취소됐습니다.
▲ 춘천시의회 회의규칙 |
ⓒ 행정안정부 |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나 의원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나 의원은 신상발언 행위 자체와 내용이 윤리위 징계사유에 해당되지 않고, 오히려 징계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은 문제조차 되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과연 나 의원의 행정소송은 어떻게 될까요?
기초의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
나유경 의원과 같은 기초의원으로 이번 춘천시의회 사태를 바라보면서 제가 느끼는 감정은 말 그대로 '참담함'입니다. 의원 경력과 관련해 예민할 수도 있는 윤리위에 대해서도 다수당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그 폭력적인 인식과 뻔뻔함이란.
▲ 국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트북 스티커 |
ⓒ 공동취재사진 |
그것은 결국 기초의회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론이나 주민들이 기초의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니 다수당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윤리위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윤리위는 기초의회에서 특히 민감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국회의원과 달리 기초의원은 주민들에게 개인적인 경력과 실적을 홍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이때 윤리위에서 징계를 당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내용과 상관없이 의원 개인에게 큰 타격을 주기 때문입니다. 윤리위 징계가 꼬리표가 되어 의원에 대한 편견이 만들어지고, 선거 때 공격을 당하지요.
실제 강동구의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원창희 의원은 공무직과 관련된 조례를 발의하고자 했으나 상임위에서 보류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원 의원은 회의록 전부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아쉬움을 토로했는데, 그 회의록에 조례에 반대한 의원의 이름이 그대로 명시되어 있었고 해당 의원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이후 해당 의원이 속한 당을 중심으로 윤리위와 관련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의원으로서 동료 의원을 배려하지 않았기에 원 의원을 대상으로 윤리위가 열려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윤리위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원 의원의 행위가 윤리위 징계 사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더 중요한 것은 구조적으로 여야 의원이 동수인 상황에서 이런 애매한 문제가 윤리위의 논의 대상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윤리위원장은 윤리위가 논란의 중심이 됐음에 대해 원 의원에게 유감을 표했습니다.
요컨대 윤리위 징계는 기초의원에게 매우 치명적인 사항입니다. 따라서 그만큼 여야를 떠나 대부분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어야 합니다. 실제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당에 따라 윤리위 징계를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다수당이 마음대로 윤리위를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춘천시의 사례는 최악이라 할 것입니다.
중앙정쟁은 논의할 수 없다?
▲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나유경 의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을 규탄하고 있는 춘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 |
ⓒ 나유경 |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우선 의원의 신상발언 자체를 문제 삼는 것부터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어떤 지자체의 윤리강령을 보더라도 신상발언 행위 자체와 그 내용을 징계사유로 규정한 곳은 없습니다. 회의질서유지는 의원의 정치적 표현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인데 오히려 그 때문에 징계를 내린다니요. 어불성설입니다.
또한 중앙 정쟁을 거론한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떤 지자체가 중앙 정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정치적인 사항도 사항이지만, 대부분의 지자체 예산이 중앙정부에서 내려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중앙 정쟁을 지방의회 본회의장에서 거론할 수 없다는 윤리위의 결정은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방예산 자체가 그 정쟁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문제입니다. 과연 대한민국 어느 곳이 그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당장 많은 국민들이 소금을 사재기 하고 있으며, 수산물을 파는 상인들은 그 후폭풍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춘천시의회는 부디 현재 얼마나 많은 기초의회들이 오염수와 관련된 결의안을 발의하고 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나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춘천시 시민들을 위한 자신의 정당한 의정활동이 의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괘씸죄로 윤리위에 회부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기초의원으로서 이번 춘천시의회 윤리위의 결정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나 의원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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