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랜드 저리 가라” 진화하는 車시트…

이용상 2023. 8. 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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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별 간판차 시트 비교
현대트랜시스의 에르고 모션 시트. 현대트랜시스 제공

자동차 시트가 진화하고 있다. 빠르게 전환하는 미래차 패러다임이 진화를 부추겼다. 자율주행 시대엔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자동차가 이동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생활공간’인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몸이 밀착하는 시트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장 비싼 자동차 부품은 내연기관차의 엔진에서 전기차의 배터리로 바뀌고 있지만 ‘2인자’는 여전히 시트인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완성차 업체들은 치열한 ‘시트 전쟁’을 펼치는 중이다.

항공기 일등석 같은 편안함

대부분 완성차 업체는 자사의 첨단 시트 기술력을 플래그십 모델에 적용한다. 시트는 차량의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부품이어서다. BMW가 신형 7시리즈 뒷좌석에 장착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가 대표적이다. 최고급 캐시미어 소재를 사용했다. 마사지 기능을 8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감을 덜 수 있다. 인체공학적 분석을 통해 최적의 시트 각도를 찾았다고 한다. 시트 안에 스피커도 넣었다. 사운드를 몸으로도 느끼라는 취지다.

BMW 신형 7시리즈 뒷좌석에 장착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 BMW코리아 제공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신형 G90에 적용한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도 이에 못잖은 편안함을 갖췄다. 뒷좌석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조수석이 앞으로 완전히 젖히고 다리 받침대가 올라와 다리를 쭉 펼 수 있다. 마사지와 열선·통풍 기능도 갖췄다. 항공기의 일등석 같은 편안함을 제공한다.

제네시스 신형 G90에 적용한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 현대자동차 제공

내연기관차에 비해 차의 떨림이나 소음이 적은 전기차는 시트의 진가를 극대화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중대형 전기 세단 ID.7의 앞좌석에 ‘어댑티브 시트 클리마트로닉’ 기능을 선택사양으로 탑재했다. 여기에 있는 마사지 기능은 독일 척추건강협회의 인증까지 받았다고 한다.

‘어댑티브 시트 클리마트로닉’ 기능을 적용할 수 있는 폭스바겐 중대형 전기 세단 ID.7의 앞좌석 시트.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기아는 지난 6월에 출시한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에 발전된 시트 기술력을 담았다. 2열 시트에 적용한 ‘다이내믹 바디케어’ 기술이 그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의 작품이다. 타격식과 진동식을 결합한 마사지 기능을 제공해 기존 공압·진동식보다 직접적인 자극을 준다.

기아의 첫 대형 전기 SUV EV9의 내부 시트 모습. 기아 제공

재규어랜드로버는 최근 한국에 출시한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시트 머리 부분에 외부 소음을 줄여주는 스피커를 장착했다. 랜드로버 측은 “조수석 승객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거나 음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GM의 픽업트럭 GMC에는 바퀴가 오른쪽 차선을 밟으면 오른쪽 엉덩이에 진동을 주는 안전 기능을 넣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시트가 고정돼 있지만 앞으로는 이동 중에도 회전하고 눕는 등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시트는 첨단 기술이 결합된 ‘개인화된 가구’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탑승자 맞춤형 전환

EV9의 운전석에는 ‘에르고 모션 시스템’이 적용됐다. 시트 내부에 7개의 공기주머니를 넣어 주행모드별로 최적의 운전 자세를 잡아준다. 예를 들어 스포츠 모드에서는 시트의 측면 공기주머니에 공기를 주입해 운전자의 옆구리를 붙잡고, 엉덩이 부근 공기주머니에서는 공기를 빼 자세를 낮춰주는 식이다. 시트가 운전자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모양을 바꾸는 것이다. 실제로 이 기능을 사용한 탑승자의 뇌파, 근전도 등을 실험했더니 신체 피로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캠핑할 때는 2열 시트를 문쪽으로 90도 돌려 몸이 밖을 향하게 할 수 있다.

'에르고 모션 시트'의 공기주머니가 공기량을 조절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 4월 공개한 준대형 세단 ‘더 뉴 E클래스’의 시트에 ‘에너자이징 컴포트’ 기능을 탑재했다. 탑승자가 멀미를 호소할 때 이 기능을 실행하면 시트의 각도와 쿠션이 멀미 완화에 최적화된 상태로 변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더 뉴 E클래스’의 시트 모습. ‘에너자이징 컴포트’ 기능이 탑재됐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제공

진화의 핵심은 결국 ‘친환경’

그러나 완성차 업체들이 시트를 개발할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친환경성이다. ‘전기차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도 결국 탄소중립이라는 전 세계적인 요구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3월 공개한 전기차 ‘뉴 ID.3’의 시트 커버에 71%의 재생원료를 포함한 소재를 사용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얻은 2차 원료 소재다. 볼보는 쿠페형 전기 SUV ‘C40 리차지’의 시트에서 아예 가죽을 뺐다. 대신 스웨덴산 양모를 이용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시트 표면에 미세 돌기를 만들어 오염을 방지하는 표면처리 기술, 피마자 씨나 녹말가루 등 천연소재를 활용해 새차증후군 유발 물질(VOC)을 줄이는 폼패드 등을 개발 중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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