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줄고 성장률 하락…약가 우대정책 필요”

박선혜 2023. 8. 1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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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허가 신약 36개 중 21개 시장 철회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 10%대 그쳐
“‘약가 인하’ 정책에 시장성 확보 어려워“
‘약가 우대’ 환급형·혁신형 제도 도입 촉구
9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방안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뤄졌다.   사진=박선혜 기자

 

신약 개발 의지와 원료의약품 자체 생산 노력이 ‘약가 인하’로 인해 침체되고 있다는 업계 의견이 나온다. 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약가 우대 정책이 산업을 활성화시킬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9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방안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업계는 신약 개발과 원료의약품 자급화 감소와 관련해 ‘약가 인하’라는 공통된 문제점이 있음을 주목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박관우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1999년부터 2022년까지 총 36개 제품이 국산 신약으로 허가됐지만 그 중 21개의 약이 허가 취하되거나 급여 삭제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낮은 약가로 인해 시장성이 떨어지면서 신약 생산을 접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험분담제, 경제성평가면제 제도가 도입된 후 환자 보장성, 지속가능한 재정에 대한 고려는 늘었지만 산업 측면에서의 지원은 줄었다. 특히 만성질환의 경우 기존 약제 대비 우월한 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경제성 평가 시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약가 재평가 등으로 약가가 점차 낮아지자 업계 연구개발 투자 감소, 성장률 하락 등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원료의약품 실태도 비슷하다. 원료의약품 의무등록 제도(DMF) 현황 분석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소 중 대한민국 DMF는 총 800개, 해외 제조소는 4990개로 국내 원료 평균 비율은 14.3%에 불과하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017년 35.4%에서 2018년 26.4%, 2019년 16.2%로 줄어드는 추세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박사는 “2012년 일괄약가인하제도 도입 이후 제네릭(복제약) 약가가 떨어지면서 해외 원료 수입이 대폭 늘었다. 원료의약품 자급화를 원해도 약가가 낮은 상황에서 기업이 직접 시설을 구축하고 환경 관련 규제 비용을 감당하기엔 경쟁력이 떨어져 무리가 있다. 원가가 높으면 시장성이 떨어진다”며 “중국, 인도 같은 일부 국가에 원료의약품 생산이 치중돼 있어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원료의약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결국 약가 인하로 인한 개발·생산 감소는 약가를 보장해줘야 소생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고, 해외까지 나갈 수 있으려면 적절한 약가가 책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약가 우대 정책 예시로 ‘사용량-약가연동 환급계약’ 제도와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가 제시됐다. 사용량-약가연동 환급계약 제도는 의약품 사용량이 늘면 건강보험공단이 제약사와 환급계약을 통해 약가상한 제한은 유지하되 약가를 일정액 환급해 주는 제도다. 이는 지난 2014년 도입됐지만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통상이슈화 돼 적용이 어려워졌다.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신약개발 R&D의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제약기업을 인증하는 제도로,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하는 혁신 신약에 대해 약가 우대를 제공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오경택 중앙대학교 나노생명약학 연구실 교수는 “국내 정부가 제 값을 제시하지 못하니 기업이 해외로 기술이전을 하거나 외국에 먼저 진출하려 한다. 원료도 마찬가지다. 시장성이 없으니 만들지 않는 것”이라며 “타당성 있는 약가 책정이 필요하다. 후한 약가를 쳐주고 나중에 제약사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제도, 신약을 개발한 혁신형 기업들에 약가를 높게 책정해 주는 우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기호 HK이노엔 상무는 자사의 신약 케이캡을 예로 들며 “국내외를 통틀어 케이캡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당시 정부가 제시한 환급계약 제도 덕분”이라며 “제도를 통해 적당한 약가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어 걱정을 덜었다. 뒷받침이 없었다면 약가가 너무 낮아 수출이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에 있던 좋은 제도들을 다시 되살려 약가 정책에 적극 반영해주면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에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달 중으로 개선된 약가제도 정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혁신성에 더 초점을 맞춰 약가를 인정해 줄 수 있도록 개선하고자 한다. 혁신형 기업으로 인정 받았는지, 신속심사를 받았는지 등을 고려할 것”이라며 “보건안보 측면에서도 난치·희귀·필수의약품 확보, 원료수급 다변화를 위해 약가 우대 정책을 보완할 방침이다. 이달 중으로 전반적인 틀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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