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외모 믿고 지르는 푸조 408… "예쁘면 다야"
시선 잡아끄는 외관… 디자인은 '압승'
부드러운 핸들링, 쭉쭉 오르는 연비
울컥임 심한 저속 주행감 아쉬워
"무슨 차에요? 예쁘네요."
시승기에 쓸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남성이 이렇게 물었다. 사람 눈은 다 비슷해서, 예쁜 건 기가 막히게 안다. 내 차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차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차를 살 때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하겠지만, 사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아무렴 예쁜게 최고다. 비싼 돈 들여 샀는데 나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도 호평을 듣고싶은 건 사람의 당연한 심리일 테니 말이다. 다 좋은데 못생겼다는 평을 듣느니, 디자인 하나는 끝내준다는 평이 차라리 낫다.
그렇다면 이 차를 디자인만 보고 사버려도 괜찮을까. 푸조 408을 2박 3일간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 모델은 푸조 408 GT트림으로, 가격은 4690만원이다.
푸조 408을 처음 마주했을 땐 '디자인이 곧 경쟁력'이라는 말을 실로 체감하게 됐다. 메인 컬러인 블루 색상이 아니라 그레이 색상을 타게 됐지만, 아무렴 디자인이 워낙 예쁘다보니 아쉬움이라곤 들지 않았다. 용기있게 물어본 행인이 1명이었을 뿐 408은 주차장에서도, 휴게소에서도, 주유소에서도, 도로 위에서도 자주 시선을 훔쳤다.
외관의 매력이 집중되는 건 단연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새로운 엠블럼을 중심으로 폭이 좁아지며 빗살처럼 내려오는 무늬는 공격적이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낸다. 양쪽으로 배치된 사자 송곳니 모양 주간주행등은 푸조의 차임을 멀리서도 알 수 있게 해주고, 곡선보다는 직선이 많이 사용돼 세련됐다는 느낌을 잔뜩 풍긴다.
차를 한바퀴 둘러봤더니 측면, 후면 어디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 모든 푸조의 차가 그렇듯 리어램프에도 사자 송곳니 모양이 들어갔는데, 다른 모델들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사선으로 내려오는 그래픽이 적용됐다면 408은 양쪽 그래픽이 중앙으로 모이는 형태로 바뀌었다. 언뜻 보니 후면은 람보르기니 우루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성능 대비 아쉬운 면을 디자인으로 상쇄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푸조의 감성을 제대로 살리면서 존재감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인 듯 하다.
내부로 들어서면 푸조가 408에 혼을 갈아넣었구나 싶다. 외관만큼이나 인테리어도 직선을 군데군데 살렸는데, 세련되고 스포티하다. 직전에 시승한 508과 비교해도 훨씬 좋아졌다. 특히 형광 연두색이 테마인 듯 한데, 계기판 클러스터와 디스플레이, 내부 디자인 스티치 등이 모두 같은 색으로 맞춰졌다.
디스플레이 그래픽도 반응이 빨라졌다. 기존 화면에서 다른 화면으로 넘어갈 때 연두색 사선 그래픽이 빠르게 지나가는데, 국내 기준에선 사소할 지 몰라도 변화가 크게 없는 프랑스차 임을 감안하면 매우 반갑다. 어쩌면 느린 전환을 상쇄하려 만들어진 그래픽일 지 모르지만 여기저기서 세련됐다는 느낌은 확실히 든다.
그러나 디자인이 정말 전부였던 걸까. 가속페달을 밟자 디자인을 보고 치솟았던 입꼬리가 쭉 내려왔다. 푸조 408에 올라 처음으로 마주한 코스는 지하 6층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5번의 회전 구간이었는데, 1.2ℓ 퓨어테크 엔진은 가속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힘을 내지 못했다. 엔진 소리는 커져가는데 차는 영 속도를 붙이지 못한다.
도로 주행에선 특히 저속 주행시 승차감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응답성이 좋지 못해 가속 페달을 밟으면 가속이 한박자씩 늦기 때문이다. 차가 가다 서다 하는 구간에서는늦은 응답성 때문에 차가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이 반복적으로 든다.
다만 고속 주행시에는 예상보다 시원하게 뻗어 나가면서 아쉬움을 조금 상쇄해준다. 급가속시엔 다소 힘겨운 엔진소리가 들려오지만, 주행감만큼은 부드럽고 가볍다. CUV의 모습을 한 만큼 세단의 주행 감성을 잘 살려낸 듯 하다. 방지턱이나 고르지못한 노면도 부드럽게 잘 걸러낸다.
주행보조 기능인 ADAS는 아주 똑똑하고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안정적이다. 비록 차량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속도제한에 맞춰 속도를 낮춰주지는 않지만, 차선 중앙 유지와 앞차와의 간격 조정을 훌륭하게 해낸다. 커브 구간을 만나도 스티어링휠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장거리 운전시에도 얼마든지 믿을 수 있는 수준이다.
예쁜만큼 훌륭한 연비도 이 차의 몇 안되는 성능적인 장점이다. 굳이 연비 운전에 신경쓰지 않았는데도 계기판에 표시된 잔여 주행거리가 계속해서 오르는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주행을 마치고 확인한 연비는 공인 복합연비인 12.9km/L를 훌쩍 뛰어넘는 14.1km/L. 고속도로에서는 17km/L까지 올라갔을 정도다.
세상에 나쁜 차는 없다. 누군가는 성능이 뛰어난 차를 좋은 차라고 평하고, 또 누군가는 무난한 성능에 예쁜 디자인을 좋은 차라고 평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408은 끝내주는 디자인 만으로도 충분히 구매를 고려할 만한 차다. 여기에 무난하고 컴팩트한 크기, 준수한 연비로 경제성까지 갖췄으면서도 희소성 덕에 누리는 하차감은 덤이다.
▲타깃
-예쁜게 제일이라면 망설임 없이 선택하라
-많이 안팔려서 따라와주는 희소성은 덤
▲주의할 점
-디자인 외 많은 것을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도
-예쁘긴 한데 무슨 차인지 알아봐주는 사람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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