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한반도 쓸고 올라가는 ‘카눈’…과거 역대급 태풍 피해는?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카눈은 느린 속도로 한반도를 훑었던 2002년의 태풍 ‘루사’와 비교되는데, 철저한 대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전 9시께 경남 통영 서쪽 약 30㎞ 부근 육상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오후 3시께 충북 청주 남남동쪽 60㎞ 육상을 지난 뒤 6시간 후인 오후 9시께 서울 동남동쪽 약 40㎞ 부근을 지날 것으로 예보됐다. 자정께 서울 북북동쪽 약 40㎞까지 다다르는 카눈은 한반도를 가로질러 오는 11일 새벽께 북한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태풍 ‘카눈’은 전 세계 태풍을 기록하기 시작한 1951년 이래 한반도를 종단하는 첫 태풍이 될 전망이다. 서울과 평양을 모두 통과하는 태풍도 카눈이 처음이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던 태풍 경로들을 모두 포함해 1977년부터 1996년까지 태풍 경로를 보면 현재와 같은 경로를 가진 태풍은 없다고 보여진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태풍 경로 또한 카눈과 유사한 태풍은 없다고 확인된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9시 기준 카눈은 제주도 서귀포 동남동쪽 약 22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9㎞의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강도는 ‘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강’은 순간풍속 초속 33~44m로 기차를 탈선시키는 위력이다.
단, 이날 오전 9시께 통영 서쪽 약 30㎞ 부근 육상을 지나며 강도 ‘중’ 수준으로 약해질 수도 있다. ‘중’은 순간풍속 초속 25~25m로, 지붕을 날려버릴 수 있다.
문제는 카눈이 느린 속도로 전국을 관통하며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태풍이 내륙에 머무는 시간과 피해 정도는 비례하기 때문이다.
카눈은 10일까지 20㎞ 안팎의 속도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02년의 태풍 루사와 비슷한 속도다.
루사는 시속 15㎞로 전국을 관통하며 강릉에 하루 동안 870㎜ 이상의 비를 뿌렸는데, 당시 246명의 인명 피해와 5조1429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가는 11일까지 중부지방은 수도권, 서해 5도, 강원 영서 지역 100~200㎜, 강원 영동 지역에 200~40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영동 지역 일부에서는 600㎜ 이상의 호우가 쏟아질 수 있다.
남부지방은 10일까지 충청권, 전라권 100~200㎜, 전남 남해안과 전라 동부 내륙의 많은 곳에 300㎜ 이상의 비가 예상된다. 경상권 100~300㎜, 내륙과 해안의 많은 곳에 400㎜ 이상의 비가 예보됐다. 제주도도 100~200㎜(산지 많은 곳 3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태풍의 영향으로 전남 동부 남해안과 경상권 해안에는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40m 안팎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다.
강원 영동과 경상권 내륙·전라권(전남 동부 남해안 제외)·충남 서해안·제주도에는 초속 25∼35m, 인천·경기 서해안과 경기 남부 내륙·강원 영서·충청권 내륙은 20∼30m, 서울·경기 북부 내륙에서는 초속 15∼25m의 매우 강한 바람이 예보됐다.
지난 1981년부터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을 실종자를 포함한 인명피해 규모 기준으로 보면 ▲2002년 루사(246명) ▲1987년 셀마(178명) ▲1981년 아그네스(139명) ▲2003년 매미(131명) ▲1991년 글래디스(103명) 순으로 많았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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