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美CPI 대기하며 하락…나스닥 1.17%↓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9일(현지시간) 다음날 공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인플레이션 지표를 대기하며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91.13포인트(0.54%) 떨어진 3만5123.3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1.67포인트(0.7%) 낮은 4467.7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62.31포인트(1.17%) 하락한 1만3722.02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기술, 통신, 금융, 임의소비재 관련주는 하락했고, 에너지, 부동산, 유틸리티 관련주는 상승했다. 위워크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회사의 존속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며 파산 가능성을 언급한 여파로 전장 대비 38%이상 급락했다. 게임회사 로블록스는 2분기 예약 규모가 기대를 밑돌면서 22%가까이 내려앉았다. 차량공유서비스업체 리프트는 예상을 상회한 주당순이익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 계획을 밝히며 10%이상 밀렸다. 리비안 역시 예상을 웃돈 실적에도 10%가까이 떨어졌다. 엔비디아는 일부 반도체 공급망 병목을 지적한 수퍼마이크로컴퓨터의 논평 이후 5%가량 내렸다. 앞서 무디스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으로 전날 하락했던 M&T뱅크, BOK 파이낸셜 등 주요 은행주들도 약세를 이어갔다. 반면 펜 엔터테인먼트는 ESPN과 함께 스포츠 베팅 사이트를 만든다는 소식에 9%이상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무디스의 미 지역은행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은행주 여파, 기업 실적, 이번주 발표될 인플레이션 지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투자규제 등을 주시했다. 전날 뉴욕증시는 무디스가 미국 지역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조정하고 일부 대형은행 등에도 강등 가능성을 경고한 여파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에 대해 G스퀘어드 프라이빗 웰스의 빅토리아 그린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 클로징벨에 출연해 "시장이 숨을 고르고 있는 것"이라며 "여전히 과매수 상태며 거시경제 역풍이 많이 있다. 이러한 조정은 당연했다"고 평가했다. MRB파트너스의 필립 콜마르는 "시장이 많이 뛰었다"며 "약간의 관망세, 소화 단계"라고 전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다음날부터 공개되는 7월 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경제지표에 쏠린다. 지난주 후반 발표된 고용보고서가 엇갈린 모습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지표의 중요성은 한층 커진 상태다. 다음날인 10일 공개되는 미국의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전월 대비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6월 CPI 상승폭이 2년여만에 최저치인 3%를 기록했으나, 7월 상승폭은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어 다음날 발표되는 7월 PPI도 직전달의 0.1% 하락(전년 동월 대비)에서 플러스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최근 연방준비제도(Fed) 당국자들로부터 인상 여부를 둘러싼 이견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CPI 발표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금부터 9월 중순 사이에 놀라운 새 데이터가 없으면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금리를 유지하고, 우리가 취한 통화정책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점에 있을 수 있다"고 말해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을 키웠다. 반면 이에 앞서 미셸 보우면 Fed 이사는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US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빌 머즈 자본시장조사책임자는 "시장은 Fed가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완화하고 있는 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너무 높다"고 짚었다. 그는 "Fed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장에서는 최근 연착륙 기대감에 힘입은 9월 금리 동결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오후 Fed가 차기 회의인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6%이상 반영하고 있다.
기업실적 발표도 막바지다.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까지 S&P500 상장기업의 90%가 실적을 공개했고 이 가운데 약 5분의4가 월가 기대를 상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장 마감 후에는 월트디즈니, 윈 리조트 등이 실적을 발표했다. 디즈니의 2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03달러로 시장 전망치(0.95달러)를 상회했다. 다만 분기 매출은 223억3000만달러로 시장 기대(225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오후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탈 등 미국의 자본이 중국의 AI, 첨단 반도체, 양자 컴퓨팅 등 3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해당 분야에서 중국에 투자를 진행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사전에 투자 계획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투자 금지를 포함한 결정권은 미국 재무 장관이 가지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업계의 의견을 청취한 뒤 세부 시행 규칙을 별도 고지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국의 군사 기술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미국의 자금이 흘러가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것이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01%,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는 4.8%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보합권인 102.5선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유가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48달러(1.78%) 오른 배럴당 84.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작년 11월16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수요 둔화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휘발유 재고 감소, 흑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전이 심화하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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