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추워" 동굴은 14도, 계곡물은 10도…이곳선 폭염 잊었다
올여름은 유별나게 더웠다. 태풍이 카눈이 다가오고 있지만 말복(8월 10일)이 지나도 당분간 30도를 넘는 더위는 이어질 전망이다. 그나마 강원도 평창 같은 곳이라면 여름을 나기가 수월하다. 평균 해발 고도가 약 700m여서 선선한 데다가 동굴, 계곡 같은 피서지도 다채로워서다. 최근 개방한 광천선굴이 올여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3~4일 광천선굴이 있는 평창군 대화면을 다녀왔다. 대화면은 더위사냥축제가 한창인데도 북적이는 느낌이 없었다. 아직 여름 휴가지를 망설이고 있다면 평창을 추천한다. 서늘한 동굴을 둘러보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전통시장에서 시원한 막국수까지 맛볼 수 있어서다.
유모차도 들어가는 동굴
강원도 내륙 석회암 지대에는 100개 넘는 동굴이 숨어 있다. 개방된 동굴은 일부에 불과하다. 태백 용연동굴, 정선 화암동굴 등이 대표적이다. 평창에는 딱 2개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260호 평창 백룡동굴, 그리고 지난해 11월 개방한 광천선굴. 백룡동굴은 국내 최초의 탐험형 동굴이다. 2010년 일반에 개방했지만 아무나 들어갈 순 없다. 한번에 20명씩, 하루 최대 240명만 입장을 허용한다. 해설사와 함께 헬멧과 점프수트를 착용하고 수시로 포복도 하며 들어가야 한다. 괜히 탐험형 동굴이 아니다. 6세 미만과 65세 이상은 출입이 안 되고 사진 촬영도 금지하는 등 제약이 많다. 학술적·생태적 가치가 높아서다.
박쥐 사는 작은 동굴
동굴 입구로 다가서니 관람을 마친 아이들이 팔을 비비며 나오고 있었다. 에어컨 최저 온도보다 서늘한 바람이 동굴 밖으로 불어왔다. 안으로 들어가 온도계를 보니 14도였다. 긴 팔 셔츠를 꺼내 입었다. 동굴 생물을 설명하던 한경주 평창군 문화관광해설사가 플래시로 천장을 비췄다. 바위틈에서 옹기종기 모여 낮잠을 자는 관박쥐 새끼들이 보였다. 인적이 드문 지굴(支窟)에서는 큰 박쥐가 날아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박쥐는 동굴 생태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박쥐 배설물 ‘구아노’가 아시아동굴옆새우·등줄굴노래기 같은 멸종위기 생물의 먹이여서다.
땀띠 사라지는 계곡
광천선굴에서 남쪽 2.4㎞ 거리에 대화전통시장이 있다. 조선 시대만 해도 ‘동대문 밖에서 대화장을 보라’는 말이 있었고 1970년대까지만 해도 큰 우시장이 섰던 곳이다. 지금은 100여 개 점포만 남았지만, 장날(4·9일)에는 제법 활기가 돈다. 올챙이국수·메밀전 같은 강원도 전통음식을 맛보고 싼값에 농산물을 사는 것도 좋겠다. ‘토담막국수’의 물막국수나 ‘정록식당’ ‘안미칼국수’의 콩국수는 더위를 잊게 하는 여름 별미다.
시장 건너편에는 이름도 재미난 ‘땀띠공원’이 있다. 연중 수온 10도를 유지하는 계곡물이 흐르는 공원인데 발을 담갔더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영섭 대화시장 상가번영회장은 “여름에는 1분도 견디기 힘들지만 겨울에는 도리어 따뜻해서 겨울철 빨래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 여행정보
「
광천선굴은 쉬는 날 없이 운영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마지막 입장은 오후 5시 30분이다.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광천선굴은 평창역과 대화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를 타고 찾아갈 수 있다. 다만 배차 간격이 긴 편이다. 휘닉스평창이 투숙객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토·일요일 오후 12시 30분 리조트에서 버스가 출발하고 오후 2시 광천선굴에서 복귀한다. 이동시간은 약 30분.
」
평창=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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