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여자축구, 그래도 잘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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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8강전이 열린다.
8강은 사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내건 목표였다.
사실 이번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국내에선 한국 여자축구에 큰 기대를 걸었다.
WK리그에 몇 개 팀이 있는지,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라는 팀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자문해 보면 우리가 얼마나 한국 여자축구에 관심이 없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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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8강전이 열린다. 8강은 사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내건 목표였다. 한국이 이번 여자월드컵에서 처참하게 무너졌기에 더욱 씁쓸하다. 아쉽지만 한국은 독일, 콜롬비아, 모로코와 묶인 조별리그 H조에서 1무2패에 그치며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콜롬비아에 0대 2로 패했고, 쉽게 이길 것 같았던 모로코에 0대 1 일격을 당해 사실상 16강 진출이 무산됐다. 그나마 세계 랭킹 2위 독일과의 최종전에서 1대 1로 비겨 전패를 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2015년 캐나다 대회 때 사상 첫 16강 진출을 달성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2019년 프랑스 대회에선 조별리그 3연패로 탈락했고, 이번에도 8강은커녕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사실 이번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국내에선 한국 여자축구에 큰 기대를 걸었다. 무엇보다 TV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을 통해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엄밀히 말하면 풋살이지만 출연자들의 성장과 축구에 대한 진심, 그리고 아기자기한 플레이에 매료된 사람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번 여자월드컵 한국 경기는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생중계가 이뤄졌다.
하지만 결국 한국 여자축구는 월드컵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한국 여자축구가 몰락한 것에 대한 여러 원인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세대교체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8.9세로 이번 대회 본선 32개국 중 가장 높았다. 지소연 조소현 박은선 등 유명 축구 스타는 이번이 세 번째 월드컵 도전이었다.
또 대체 선수가 부족해 경쟁이 부족하고, 해외리그 진출이 어려워 실력 향상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었다. A매치 경기도 남자축구에 비해 턱없이 적다. 콜린 벨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여자축구가 현실에 눈을 떠야 한다”며 “시스템과 인력, 선수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희 해설위원도 “청소년기에 어느 정도 높은 레벨에 이르러 대표팀이 되면 ‘노장’이 될 때까지 계속 가는 경향이 강하다”고 짚었다.
그래도 열악한 주변 환경을 딛고 여기까지 온 한국 여자축구에 돌을 던질 수 없다. 우리 여자축구 저변은 열악하다 못해 심각하다. 2019년 기준 한국의 등록 여성 선수는 4200명이다.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맞붙었던 독일은 무려 47배 많은 19만7575명이나 된다. 옆 나라 일본(39만명)과는 아예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지난 5월 기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한국 여자 선수는 단 1510명이다.
대중의 관심도 낮다. 실제 우리나라에도 WK리그라는 여자축구 리그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WK리그에 몇 개 팀이 있는지,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라는 팀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자문해 보면 우리가 얼마나 한국 여자축구에 관심이 없는지 알 수 있다. WK리그는 현재 8개 팀으로 구성돼 있고, 레드엔젤스는 WK리그 최다 우승팀(10회)이다. 대회 수준도 상당히 열악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WK리그 평균 관중 수는 고작 290명이었다. 그 전해엔 112명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동네 축구보다 조금 큰 규모다. 이 모든 것을 딛고 한국 여자축구는 현재 세계 랭킹 17위이고 월드컵 본선에도 진출했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또 다른 세계 무대를 앞두고 있다. 한 달 뒤엔 항저우아시안게임이, 10월엔 2024 파리올림픽 예선이 기다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체계적인 선수 육성과 함께 우리 국민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필요하다.
모규엽 문화체육부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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