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잼버리 수습 위해 BTS 차출하자는 여당 의원의 안이한 인식

2023. 8. 10. 04: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당 의원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드 잼버리' 마지막 일정으로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에 방탄소년단(BTS)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국방부가 나서 달라고 요청했는데 황당한 일이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파행이 된 행사를 K팝의 상징인 BTS 차출로 수습하려 하는 안이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K팝 무대가 국회의원 말 한마디면 하루아침에 없던 일정도 뚝딱 만들 수 있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군 복무 중인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왼쪽 사진)과 제이홉. 진 SNS, 위버스 캡처


여당 의원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드 잼버리’ 마지막 일정으로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에 방탄소년단(BTS)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국방부가 나서 달라고 요청했는데 황당한 일이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파행이 된 행사를 K팝의 상징인 BTS 차출로 수습하려 하는 안이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지난 8일 “국방부는 현재 군인 신분인 BTS가 모두 함께 참여해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BTS 멤버 7명 가운데 진과 제이홉은 군 복무 중이다. 하지만 K팝 무대가 국회의원 말 한마디면 하루아침에 없던 일정도 뚝딱 만들 수 있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당장 며칠 뒤 열리는 공연에서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힘들다. 무대 설치, 점검, 리허설 등을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소속사와 상의도 없이 여당 의원의 요청이면 군인을 포함한 멤버 7명의 완전체 무대가 바로 가능할 것이란 생각은 K팝 시스템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폭염 대책 미비 등 운영 부실로 대회 중단 위기에 처했던 잼버리는 이미 외유성 공무원 해외 출장 등 ‘관재’라 불릴 만한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 잼버리 사태의 파행과 행정의 부실을 BTS를 내세워 K팝 인기로 모면해 보려는 쉬운 길을 택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가가 K팝을 소유했다고 여기는 전체주의적 발상은 아닌지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또 하나, 군인은 국가에 일이 생기면 어디든 투입할 수 있는 소모품으로 여기는 인식도 문제다.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구명조끼도 못 입고 실종자 수색에 동원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위기에 처한 국가 행사 뒷처리를 위해 BTS를 내세우자는 여당 의원의 발상 자체가 스스로 국격을 무너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