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표는 당장 사과하라, 정쟁에 이용한 그 아이들에게

2023. 8. 1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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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오염수 문제는 과학의 영역에서 다뤄졌어야 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전문성을 가진 국제원자력기구(IAEA) 과학자들이 일본의 처리 방식을 검증해 보고서를 냈을 때 대다수 국가가 그것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과학에 이어 나설 영역은 외교와 경제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과정을 다 건너뛴 채 오염수 문제를 곧바로 정치의 영역에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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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에 참석해 어린이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원전 오염수 문제는 과학의 영역에서 다뤄졌어야 했다. 안전에 관한 사안이라 그렇다. “위험할 것이다” 외치는 주장보다 “얼마나 위험한가” 보여주는 수치를 근거로 판단해야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고, 세계 각국이 그렇게 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전문성을 가진 국제원자력기구(IAEA) 과학자들이 일본의 처리 방식을 검증해 보고서를 냈을 때 대다수 국가가 그것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과학에 이어 나설 영역은 외교와 경제였다. 검증된 방식대로 진행되는지, 과학과 현실 사이에 괴리는 없는지 직접 확인해 혹시 모를 위험요소까지 제거하는 외교적 개입이 필요하고, 경제에 미칠 심리적 물리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과정을 다 건너뛴 채 오염수 문제를 곧바로 정치의 영역에 끌어들였다. 과학자들의 분석은 ‘깡통 보고서’라 부정하고, IAEA가 일본의 사주를 받았다는 식의 음모론을 꺼내 우리도 회원국인 국제기구를 ‘사기꾼 집단’으로 매도하며 과학·외교·경제의 현안을 정쟁거리로 삼았다. 지금 세계에서 이 문제가 국내 정치의 이슈가 된 나라는 한국뿐이다. 그러더니 급기야 어린이들을 국회로 불러들였다. 민주당이 8일 개최한 간담회에 어린이 일곱 명이 앉아 있었는데, 전부 열 살 이하였다.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이고, 심지어 아직 취학 전인 여섯 살짜리도 있었다. 아이들은 ‘오염수 반대’ 피켓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서서 “대통령 때문에 화가 난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이 과학자의 보고서를, 또는 간추린 기사를 읽고 독자적 판단을 내렸겠는가. ‘어린이 활동가’라는 생경한 미명을 갖다 붙여 동원한 것이고, 저급한 정쟁에 이용한 것이다.

민주당은 선을 넘었다. 아무리 선동과 괴담이 일상화한 정치판이라지만, 사법 리스크 등 복잡한 문제가 많아 대여(對與) 투쟁에 사활을 걸었다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해버렸다. 미래 세대를 위한다면서 미래 세대를 정치적 수단으로 써먹었다. 이재명 대표는 당장 사과하라. 그 아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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