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땀과 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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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은 체온 조절을 위해 피부의 땀샘에서 분비되는 액체다.
성경의 배경인 고대 근동이 더운 지역이다 보니 땀이라는 단어가 성경에 많이 나올 법한데 정작 그렇지 않다.
한국어 성경의 경우 번역본에 따라 신구약 통틀어 땀은 서너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 만큼 성경을 포함한 여러 고대 문헌에서 땀은 인류가 겪는 고통이나 고달픔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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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은 체온 조절을 위해 피부의 땀샘에서 분비되는 액체다. 성경의 배경인 고대 근동이 더운 지역이다 보니 땀이라는 단어가 성경에 많이 나올 법한데 정작 그렇지 않다. 한국어 성경의 경우 번역본에 따라 신구약 통틀어 땀은 서너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중 땀이 처음 언급되는 것은 아담과 하와의 불순종 후 에덴에서 추방된 인간의 삶이 규정될 때다.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창 3:19)
땀은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지만 몸에 무리가 갈 때 더 분비된다. 그런 만큼 성경을 포함한 여러 고대 문헌에서 땀은 인류가 겪는 고통이나 고달픔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난 한 주 땀에 대한 보도가 언론에 자주 나왔다. 전례 없는 폭염에 모두가 땀을 주룩주룩 흘리는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집단 땀 흘림 사건에 이목이 쏠렸다. 1일부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며 세계 곳곳에서 수만 명의 청소년이 새만금으로 모였다. 하지만 뙤약볕을 받으며 큰 배낭을 메고 땀에 범벅이 된 채 걸어가는 아이들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볼 때부터 걱정이 됐다. 뒤이어 더러운 화장실, 열악한 샤워 시설, 부실한 식사, 부족한 의료진 등의 문제가 계속 보도됐다.
잼버리가 시작되고 며칠 동안 연일 나라 망신이다, 국격 떨어졌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내의 부정적 여론과 참가국의 우려가 커져가자 행사가 무탈하게 진행되도록 정부와 기업, 종교계가 힘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반도로 다가오는 태풍 때문에 결국 새만금에서 참가자 전원이 조기 철수하고 말았다.
새만금 잼버리 말고도 수만 명이 땀을 쏟는 사건이 현재 진행 중이다. 토요일마다 서울 한복판에서 전국에서 모인 성인들이 함께 땀을 흘린다. 그것도 옷을 맞춰 입고 가장 더운 오후 시간에 그늘막도 없는 아스팔트 위에서 말이다. 이들이 모인 목적은 자신의 근무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교권 회복과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사들의 뜻을 연대함으로써 보여주기 위함이다.
놀라운 것은 교원단체의 개입이나 주도함 없이도 집회가 자발적으로 이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마다 한 명이 집회 신청을 하면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교사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여든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수십 년 통과했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에서 일하며 한국 사회를 이끌고 지탱할 다음세대를 교육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교사들이 폭염에 온열 질환의 위험을 무릅쓰고 집회를 하게 만드는 현실 자체가 국격과 무관할 수 없다.
잼버리 상황을 보며 많은 사람이 국격을 걱정하는 것은 우리가 국가 이미지를 주로 외국인의 시선과 인정을 기초로 평가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품격은 우리의 일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들 혹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존엄하게 대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게 만들고, 부당하게 고통받는 사람이 줄어들게 하고자 흘리는 땀의 가치를 인정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위신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도인은 예수께서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의 품격을 국격의 잣대로 삼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서에 따르면 낙원에서 추방된 인류는 땀 흘리며 노동해야 먹고살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 자유를 잃은 사람, 장애가 있는 사람, 학대당하는 사람’(눅 4:18)을 위해 연대하며 함께 땀 흘리는 곳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더 인간답게 먹고살 수 있다. 마음을 어둡게 만드는 사건·사고가 많아지고 무더워서 짜증이 난 대한민국에서 진정 국격이 떨어지는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어떻게 국격이 회복될 것인지에 대한 신앙인의 색다른 고민이 더 절실해 보인다.
김진혁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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