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방선기 (8) 이별 5년 만에 재회한 아내… 사랑 확인하고 백년가약

양민경 2023. 8. 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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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교회는 '연애당'이라고 불리곤 했다.

교회 중·고등부 활동에 적극적이던 나였지만 이성에게 호감을 표하거나 사귀는 일은 멀리했다.

이랬던 내가 생각을 바꾼 건 아내를 만나고부터다.

아내는 대학 4학년 때 같은 교회를 다닌 박성수 현 이랜드그룹 회장과 연세대를 찾았다가 처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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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보다 신앙훈련에만 힘쓰기 위해
대학 재학 중엔 연애 않기로 했지만
첫 눈에 반한 대학부 2년 후배와 교제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청혼하는데…
방선기(오른쪽) 일터개발원 이사장이 1979년 신혼여행으로 떠난 제주도에서 아내와 함께한 모습.


한때 교회는 ‘연애당’이라고 불리곤 했다. 남녀가 대체로 분리돼 있던 중·고등학교와 달리 교회에선 남녀 청소년이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었다. 교회 중·고등부 활동에 적극적이던 나였지만 이성에게 호감을 표하거나 사귀는 일은 멀리했다. 가뜩이나 ‘연애당’ 소리를 듣는데 중·고등부를 이끄는 나까지 연애 대열에 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호감 가는 여학생이 있어도 속으로만 좋아하고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연애를 멀리하는 기조는 대학부에서도 이어졌다. 우리 교회는 대학 재학 중 연애하지 않는 걸 권장했다. 연애보다 신앙훈련에 힘쓰자는 취지였다. 지금 시각에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 역시 여기에 공감해 ‘교회 연애’를 멀리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누군가를 사귄 것도 아니다. 미팅도 나가봤지만 처음 만나 대화하는 자리가 어색해 한 번 나가고 그만뒀다.

이랬던 내가 생각을 바꾼 건 아내를 만나고부터다. 아내는 대학 4학년 때 같은 교회를 다닌 박성수 현 이랜드그룹 회장과 연세대를 찾았다가 처음 만났다. 한 무리의 여학생 속에 있었는데 아내만 홀로 빛났다. 알고 보니 교회 대학부 2년 후배였다. 이런 강렬한 첫 만남 이후 나는 아내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고 곧 교제하는 사이가 됐다.

첫눈에 반한 여성과 교제를 하다 보니 결혼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귄 지 얼마 안 돼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대학 2학년생에게 결혼은 너무 무겁게 다가왔을 것이다. 부담을 느낀 아내는 얼마 뒤 이별을 고했다. 실연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사랑 때문에 자살하는 이들의 마음이 이해됐다. 하나님 뜻을 알 순 없지만 기도로 아픔을 이겨내고자 노력했다.

얼마 뒤 국방과학연구원에 취업해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실연의 아픔도 점차 아물어 갔다. 여성에게 데이트 신청도 몇 번 받았지만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찾다 보니 인연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아내와 재회했다. 헤어진 지 5년 만이었다. 다행히 미혼이어서 다시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우리는 곧 약혼하고 1979년 3월 결혼식을 올렸다. 이때 나는 27세, 아내는 25세였다. 이후 우리는 45년째 부부의 연을 이어가고 있다.

헤어진 지 5년 뒤에 아내와 백년가약을 맺으며 배운 게 있다. 결혼에 있어 하나님의 뜻을 헤아릴 땐 상대가 누구인지만 고려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주님의 뜻을 찾으며 결혼 과정을 준비해야 하고 시기도 그분께 맡겨야 한다. 내 경우는 하나님께서 5년의 시간을 두고 결혼 훈련을 시킨 게 아닐까 싶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하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다. 결혼 생활은 한쪽만 잘해준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두 사람이 겸손한 태도로 마음을 모아야만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

겸손히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는 결혼 후에도 중요하다. 자녀의 삶에 부부관계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녀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부모의 부부관계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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