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악진흥법, 이제 다시 시작이다
20여년간 국악인의 숙원이던 ‘국악진흥법’이 지난달 25일 공표됐다. 대한민국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문화의 큰 축인 국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개별법 부재로 인해 그동안 국악에 대한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었다.
17개조로 구성된 국악진흥법에서 유의미한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악의 진흥을 위하여 5년마다 국악진흥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하며(제5조), 국악 진흥 정책의 수립·시행을 위하여 국악 창작 및 향수 실태 등에 관한 조사를 해야 한다(제6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국악 또는 국악문화산업을 진흥하기 위하여 전문 인력의 양성에 관한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며(제11조), 국악 및 국악 문화산업의 진흥 및 육성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지원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제1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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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계 숙원 20여년 만에 결실
현재 문체부 담당직원은 단 둘
전담부서 만들어 국악 키워야
」
어렵게 제정한 국악진흥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세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문체부에 이 법을 잘 수행할 행정의 컨트롤타워를 정비해야 한다. 지금 국악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는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 예술정책관 소관의 공연전통예술과다. 실·국도 아니고 하나의 과에서 모든 국악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문제는 공연전통예술과가 국악만이 아니라 음악·무용·연극을 모두 관장한다는 데 있다. 이 과에서 국악을 전담하는 공무원은 사무관 1명과 학예사 1명, 이렇게 딱 두 사람이다. 이것이 바로 국악에 대한 홀대의 실체이며 어불성설이다. 두 공무원이 국악 관련 기관을 관리·감독하고 각종 국악경연대회를 관리한다. 게다가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중·고, 국립전통예술중·고, 국악방송, 국립국악원 관련 업무에다 1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한국민속예술축제 관련 업무까지 전담한다.
수퍼맨이 아닌 이상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 모든 업무를 두 사람이 감당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문체부의 국악 담당 공무원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시간이 현실적으로 없었다. 그러니 국가는 국악을 위해 무엇을 하느냐는 국악인의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국악인이 국악진흥법을 간절히 염원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악진흥법 시행을 계기로 문체부는 국악을 전담하는 공무원 수를 늘리고 전담하는 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악과(가칭) 정도는 신설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국악 정책을 수립하고 현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둘째, 법 수행을 위해서는 국악인의 광범위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 국악은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판소리 같은 성악에서부터 태평무 같은 전통무용, 가야금이나 대금 같은 악기, 춤과 악기가 함께 하며 고사덕담(告祀德談)까지 들어가는 농악까지 수많은 범주가 있다. 그 하나하나가 우리의 소중한 전통이면서 각자의 입장은 장르·세대·지역별로 각각 다르다. 그 불협화음을 하나로 통합해 합리적으로 담아내야 하는 것이 바로 국악진흥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다. 그것을 만들기 전에 자문단을 구성하거나 공청회 등의 민주적 절차를 거쳐 반드시 불만 목소리를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특정 단체나 집단이 기관의 밥그릇이 아닌 국민 전체의 밥그릇이 되도록 해야 한다. 어떤 법안이 통과되면 수혜자가 되려는 경쟁이 벌어진다. 국악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보존·계승, 창작 지원, 해외 진출 세 가지 방향을 중점으로 진흥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명시했다. 보존·계승은 국립국악원, 창작 지원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해외 진출은 예술경영지원센터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행 국악 정책과 비교해 하나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문체부는 선입관을 갖지 말고 백지에서 출발해 아이디어를 모아 다양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법 제정 이유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국악진흥법 제정 및 시행을 계기로 국악이 널리 대중화하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국악이 더 많은 국민의 사랑을 다시 받아 우리의 훌륭한 전통문화로 자리 잡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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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응백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전문위원·이북5도 무형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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