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위에 마법 같이 우뚝 선 집
이탈리아의 영화배우 프란체스코 카살레는 배우 경력 이후 공간 디자이너와 장식 미술가로 활동해 왔다. 카살레가 시칠리아에 지은 집 ‘카사 비토리아’는 시칠리아 서부 파비냐나 섬 한가운데에 있는 바위에 지어졌다. 농부의 집이었던 이곳을 카살레가 발견했을 때는 거의 폐허였는데, 다행히 시칠리아 출신의 건축가와 파비냐나 섬에 거주하는 석공의 도움으로 새롭게 재건할 수 있었다.
카살레는 이 집을 다시 지으며 오래된 돌과 재활용 재료로 작업하기로 결정했고, 버려진 집이나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재료와 오브제로 완성했다. 덕분에 집은 원시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현대적인 요소는 1층의 아치형 문. 바위틈에 완벽하게 맞도록 주문 제작한 것이다. 비교적 층고가 낮은 1층에 자연광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카사 비토리아는 파비냐나 섬 대부분의 빌라와 마찬가지로 오래된 응회암 채석장 위에 지어져 다소 무질서한 모습이었다. 집 디자인도 대지 여건에 맞춰야 했다. 채석장의 바위 돌출부는 매끄럽게 처리해 빌라 벽면으로 사용했다. 집을 설계한 건축가는 카살레에게 집을 지을 때 시칠리아 섬의 석공들이 사용하는 전통 방식에 따르라고 조언했다.
집 위로 벽을 쌓아 올리고 테라스 아래의 방에는 천장과 1m 간격의 통풍구를 만들어 집 안의 열을 조절하는 등 더운 시칠리아의 여름 날씨에도 항상 선선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전통 건축법이 녹아 있다. 가구뿐 아니라 집 안의 다양한 오브제도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 고대 로마 빌라의 기념비적인 계단은 외부 테라스의 돌 벤치와 야외 세탁실 싱크대, 창문과 문이 됐고, 정원 쪽 파사드를 장식하는 세 개의 기둥은 주세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의 별장에서 가져왔다.
버려질 뻔한 기둥을 프란체스코가 우연히 발견해 카사 비토리아의 인상적인 디테일이 된 것이다. 모든 창문은 오랫동안 이탈리아풍의 집 외관을 장식했던 100년 묵은 목재이고, 빌라 바닥에는 이탈리아의 도시(팔레르모, 트라파니, 마르살라)에서 찾아낸 고대 타일을 복원해 설치했다. 프란체스코는 섬의 조각가에게 낚시 관련 이미지와 배, 역사와 관련된 얼굴, 민화를 주제로 한 이미지를 문 주변과 모서리에 조각해 줄 것을 요청했다.
마르살라의 또 다른 조각가는 큰 돌에 시칠리아 방언의 시를 벽돌 곳곳에 무작위로 조각해 러스틱하면서도 시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집 전체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해 에너지도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했다.
집을 둘러싸고 있는 정원은 파비냐나 섬에서 ‘자르디노 이포제오(Giardino ipogeo; 지하)로 불리는 방식으로 꾸몄다. 프란체스코는 정원을 위해 이탈리아 전역에서 식물과 나무, 선인장을 가져와 심었고, 오래된 저수조를 설치해 아름답지만 자연스러운 해수 수영장을 완성했다. 오래된 재료들이 훌륭한 취향과 무한한 인내를 만나 놀라운 생명력을 얻은 집. 카사 비토리아는 동네 사람들에게 ‘파비냐나 언덕의 마법 같은 집’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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