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안심할 뻔"…갈비 사자 떠난 곳, 4살 딸이 갇혔다
동물학대와 부실운영으로 논란이 됐던 김해시 부경동물원이 '갈비 사자'로 불린 바람이가 떠난 사육장에 '바람이 딸'을 가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김해시 등에 따르면 늑골이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말라 안타까움을 자아낸 노령의 수사자 바람이가 머물던 자리에 바람이 딸이 옮겨졌다.
시 관계자는 "생후 4년 된 암사자로, 원래 부경동물원 내 실외사육장에 있다가 아빠가 있던 실내사육장으로 옮겨진 게 맞다"고 말했다.
이 사육장은 가로 14m, 세로 6m, 25평 정도로 사자가 지내기에 매우 비좁아 동물학대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바람이 딸이 이 사육장을 물려받았다는 소식에 김해시청 홈페이지에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바람이 해방과 동시에 같은 자리에 바람이 딸이 갇혔다"며 "김해시는 이를 방치하지 말고 무슨 조치라도 당장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하마터면 안심할 뻔했다"며 "갈비뼈 사자가 청주동물원으로 옮겼다기에 더는 학대받는 동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많은 동물이 방치돼 있다"고 적었다.
동물원 폐쇄를 요구하는 글도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김해시는 기존 동물원법상 이 동물원이 민간 사업장인 만큼 시가 존폐 여부를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오는 12월 동물전시 허가 및 시설보강 등 강화된 법률이 시행돼 해당 동물원 운영이 어려워 보이는 만큼 그전에 동물원을 매각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살 오른 바람이 근황에…"딸도 구해달라"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난 바람이는 2016년 무렵부터 약 7년간 부경동물원에서 지냈다. 비좁은 실내 시멘트 우리에 홀로 갇혀 있는 앙상한 수사자 모습이 알려지면서 지난 6월 공분이 일었다.
동물학대 의혹에 휩싸인 부경동물원 측은 "코로나19로 최근까지 방문객이 급감해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면서도 "동물을 굶긴 적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김해시청 홈페이지에는 사자를 구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는 등 논란이 계속되자 충북 청주동물원은 사자 입양을 자처하고 나섰다. 부경동물원 측도 "좋은 환경에서 마지막 생을 살도록 청주동물원에 사자를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람이는 지난달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고, 청주동물원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건강해진 바람이의 근황을 전하고 있다. 현재 바람이는 살이 올라 갈비뼈를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청주동물원 측은 바람이를 입양한 지 2주쯤 지났을 때 "먹이를 가져오는 담당 동물복지사의 발걸음 소리는 바람이를 기쁘게 한다"며 "더운 날씨로 식욕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바람이는 4㎏의 소고기와 닭고기를 한자리에서 다 먹는다"는 글을 올렸다.
현재 청주동물원 인스타그램에는 "바람이 딸도 구조해달라" "바람이가 행복해 보인다. 딸도 청주에 함께 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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